어느새 훌쩍 11월이 되었습니다

마마 호환보다 더 무섭다는 캐나다의 겨울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며칠전 그 서곡을 알리는 싸락눈이 한번 슬쩍 뿌려졌었고 

그런가 싶어질때면 간간히 너무 좋은 날씨도 섞여있어 

감정조절이 힘든 11월입니다 히~


요 며칠 책가게인 챕터스에 자주 나가 어슬렁거렸습니다

거기가면 정말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와 문맹의 답답함을 몸으로 

체험되게 하는 곳이라 기분이 맞지않을땐 피해야 하는 곳이지만 뭐~~


쌀쌀함이 묻어나는 이런 날씨에는 같은 공간에 있는

스타벅스의 은은한 커피향기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이고

아직 두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지만 발 빠른 상술로

자잘한 소품들이 벌써 선보이는 코너에 가서 눈으로 훓어보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젖어 보는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코너에도 기웃거려보고 픽션코너에도 가 보지만  

나의 한계가 정확한 영어로 인해 정보로만 대충 둘러보고는

그나마 내가 그중 제일 시간을 보내는 코너인 

클래식북들이 있는 코너로 가 봅니다 


이미 읽어본적이 있는 책의 영어판은 나에게 밝은 광명을 선사하고

스스로 해석을 해 가며 영어판을 뒤적거려 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시집 두권을 골랐습니다

T. S 엘리엇과 로버트 프로스트, 두 시인의 책입니다

영어를 전공하는 딸에게는 엘리엇을

11학년인 막내에게는 로버트 프로스트를 줄것입니다

2014년 가을이 가는것을 기념하기위해서라고 

몇줄 서서 딸들에게 준다면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겠지만 것도 뭐~



겨울이 오려한다거나 깊은 겨울이 왔을때면

늘 머리속으로 한번씩 기억나던 시가 있는데

로버트 프로스트의 <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입니다


이 숲이 누구의 숲인지 알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인

자기 숲을 보고있음을 알지 못하리라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사이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것을 이상히 여길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된것이 아니냐는 듯

말은 방울을 한번 흔들어 댄다

방울 소리와 함께 바람 스치는 소리

그리고 부드럽게 눈 쌓이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잠 들기 전에 수 십마일을 더 가야만 한다

잠 들기 전에 수 십마일을 더 가야만 한다


겨울이 소리없이 옆구리까지 와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그림같은 이 시가 겨울을 

그리 보내기 힘든 계절만은 아니라는 힘을 받곤 했는데

막내도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울을 그리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둘째에게 주고싶은 T,S 엘리엇은 사실 어렵습니다

황무지라는 시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유행어같은 싯귀를 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긴 시입니다

적어도 영어를 공부한다면 엘리엇정도는 읽어야하지 않을까라는

극히 허영섞인 음모가 섞인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책 두권을 들고 나오는 내 발걸음이 신납니다


그래 11월이라 그래 ...





2014년 10월 23일 큰딸의 졸업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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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감우성과 소녀시대 수영이 나오는 드라마

<내 생애 봄날>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설레는지

사랑 그 것에 대하여 재 분석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친구나이를 생각하니...ㅋㅋㅋ 메친것

하지만 친구의 선량함이 섞인 순수함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설마 친구가 말하는 사랑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사랑은 아닐겁니다

사랑을 느끼는 그 설레임이랄지 

누군가를 향해 마음이 집중되지는

그런감정의 그리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랑을 기대한다니..기대해서 뭐할라구

나? 사랑  그딴거 말고 나에게 자유르을~~




2 언제나 나를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뜬금없이

제 아빠가 튀어나오는 둘째와 독한 혀들의 전쟁을 치뤘습니다

주제는 결혼전 동거였는데요

아직 연애경험이 전무한 둘째가 이론만으로 

결혼전 동거는 무척 합리적인 것 같다며 

옹호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알고 결혼하는것이 모르고 결혼해서 헤어지는것보다

훨씬 낫지 않느냐는것이 둘째가 주장하는 바였다면

굳이 동거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도

얼마간 그 사람을 알수있을만큼 데이트를 충분히 해 보면

될게 아니냐는게 내 주장이었습니다

데이트중에 어떤 남자가 자기의 본 성격을 내 보이겠냐만은

어짜피 결혼이라는것이 그 사람을 완벽히 안다고 해도

사랑과 책임이란 두 축이 있어야하는것이라는 말을 했더니

딸의 눈치가 나를 진부한 올드세대로 몰아가는것 같았습니다

나는 딸을 아직 철이 없는 철부지로 몰아가며 

결국 둘이 식탁에서 쌔하게 헤어졌습니다

솔직하자면 그렇게 말하는 딸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방패막이하듯 엄마입장에서 사적인 마음을 담아

목소리높였던것.....인정합니다 

몇번이나 딸은 엄마 내가 그런다는것이 아니고 라며 

주의를 주며  공정한 의견을 듣기 원했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오래전  사진만 가지고 결혼을 하던때에

이혼율이 더 낮다는것을 예로 들어가며 침을 튀긴것 

딸아 ~~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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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밀란 쿤데라가 1984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1부에서 7부까지로 되어있는 중에 두번씩이나 소제목으로 붙인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영혼과 육체는 소설 전체에 흐르는 중심 내용이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트렸다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 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움부터 죽은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부 가벼움과 무거움 1장 중에서


"어느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 할길도 없다

모든것이 일순간, 난생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것이다

마치 한번도 리허설을 하지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것이다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작업인데 반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속담을 되뇌였다

einmal ist keinmal.

한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뿐인것은 전혀 없었던것과 같다

한번만 산다는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것과 마찬가지이다"

1부 중에서 2장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번만 결정을 내릴수 있기때문에 과연 어떤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 할수 없을것이다

여러가지 결정을 비교할수 있도록 두번째, 세번째, 혹은 네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5부 가벼움과 무거움중에서 343page


Einmal ist keinmal

한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역사도 두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부재가 그려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5부중에서 344page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랑이야기속에

밀란 쿤데라의 역사적인 사건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는 소설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제목이 달린 1부 첫줄에서 

쿤데라는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해 언급하는걸로 소설을 시작한다

..가장 무거운 짐이 영원회귀라는 니체의 주장과는 달리 

 반복되지 않는 삶, 일회적으로 사라지는 개인들의 삶은 

얼마나 가벼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인지를 말해준다


몇년전 책을 읽은 후에 체코 프라하에 여행을 가게 되었었다

피로 얼룩졌다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바츨라프광장에서

나는 체코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프라하의 봄을 겪은 한 소설가 밀란 쿤데라를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소설처럼 생각했다

연습없이 지나가는 나의 삶들에 대해서..


책꽂이에 꽂힌 책들중에서

문득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된것은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읽기를 막 끝낸 탓도 있겠지만

어떤 책이든 처음에 읽을때는  스토리에 집중한다면 

가끔 두번씩 읽어 볼때에는 작가의 의도나 작가의 글쓴 배경등 

다른것에 대해 시야를 넓혀 읽을수 있다는 생각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소설에서 스토리를 빼고 

내가 간과한 밀란 쿤데라의 철학적인 의미를 알고 싶었다


사실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작가의 사상을 굳이 도입하지 않아도

요즘 같은때는 우리들의 인생이란게 정말이지 

참을수 없이 가벼운 존재라는 생각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것 같다



1968년 진보성향의 지식인이었던 밀란 쿤데라는 작가인 바츨라프 하멜과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체코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다가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1971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1981년에는 시민권을 딴 후 

지금까지 프랑스시민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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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마당에 있는 나무입니다

11년전 새동네, 새집으로 조성된 이곳으로 이사올때 워터루시에서

새끼손가락만한 나무를 심어 놓았었는데 어느새 잎을 내고

그늘을 만들고 급기야는 저리 낙엽을 쏟아놓는 나무로 자랐습니다


처음에 심어졌을때는 옆에 보조대로 묶여 지내던 아주 애기 나무였습니다

사 계절이 지나가도 잎 하나 내지 못하고 지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뻐 보이드만

십년쯤 지나니 어린티를 확 벗고는 제법 건장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나무로 자랐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동네가 언제쯤 만들어졌는지는 나무가 말해줍니다

새 동네였을적에 시에서 심어 놓은 나무를 보면 되니까요

해마다 무럭무럭 자란 나무로 올해는 낙엽을 긁어 모아야 할것 같습니다


 

집 앞에 나무를 바라보다  봄이 올때도 여름 더운 날에도

혼자 자주 찾아가는 곳, 세인트 제이콥스의 산책길에 갔습니다

 

 

세인트 제이콥스 마을에 가면 시간이 머물러 있는듯한  모습에서 무언의 위로를 받는 듯 합니다

더디게 변화하는 혹은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속하는 세계 유명한 슬로우시티만은 안해도

이곳도  많은 곳에서 100년전 혹은 더 오래전 지켜오던 전통의 

삶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의 힘이긴 합니다만

어찌하든 그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세인트 제이콥스는 캐나다 시골마을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마차가 운행수단이 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혼자 있고 싶을때면 찾아가는 장소입니다

어렸을때 혼자만 숨을수 있는 숨겨둔 비밀공간같은 ...

읍내에서 시작해 1.5킬로미터길을 걸어갔다 다시 돌아오는 산책길입니다

 불과 한주전만해도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느데 어느새 낙엽이 가득 쌓여버렸습니다
 

 

조금 열받는 일이 있다거나

마음에서 비워낼 일이 있다거나

갑자기 입맛이 돌아 한국의 맛있는 음식이 생각이 난다거나

공연히 울적해져서 기분이 우욿하다거나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시절이 된다거나

어쩌다 시간이 남을때면 걷는 나의 전용산책길입니다 ㅋㅋ

 

 

가고 오고 딱 40분정도의 산책길입니다

혼자서 걸으니  누가봐도 매우 힘차고  씩씩한 걸음입니다

머리위로 철교도 하나 지나가고 옆으로는 

강을 끼고 드 넓은 옥수수밭이 있고 그렇습니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코스이기에

항상 반환점까지는 별로 옆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걷습니다

그러다 반환점을 돌고 나면 가는길이 눈에 익고

밋밋한 길이지만 어디쯤엔 낡은 다리도있고 

어디쯤엔 쉴 만한  의자도 있는걸 알아서인지

여유있게 조금은 지루한 마음으로 떠났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혼자 있을땐 생각의 중심이 나로 시작합니다

그때에 내가 그 선택을 했던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을까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다시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등등

결혼, 이민, 직업 상황이 많이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두번 살면 좋을텐데 싶어지면 이 시가 생각이 납니다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가지 않은 길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눈이 내려 더 이상 걸을수 없는때가 오기전에

더 부지런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눈이 내릴것을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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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둘째주 월요일이 캐나다 추수 감사절입니다만

큰 아이가 함께 할수 없다하여 한 주 빠르게 추수감사절저녁을 먹었네요

이민와서 살면서도 여기명절을 따라 음식을 하는 이민자는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는것 같은데

난 무슨 복에 둘째가 음식만들기를 좋아하여 그냥 앉아서 얻어먹는 날입니다


빵도 만들고, 터키도 굽고,크렌베리소스도 만들고 케일로 샐러드도 만들고

감자웨지도 만들고 단호박으로 크러스트없이 파이도 만들고 

마카로니치즈도 만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딸을 보다보면 신기합니다

그래서 물어 봅니다 " 너 내 딸 맞아?"


지 엄마는 음식만드는거 별로 좋아 한해서 물어봅니다

엄마니까,여자니까 또 먹어야하니까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늘 부엌에서

서성대지만 나 혼자라면 사 먹고 만다 라는 사람입니다 

하긴 큰 아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닮아 사먹습니다

 





명절이라고 해서 모일 가족이 있는것도 아니고 

찾아갈 친척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명절과 평일의 모습이 아주 다르지는 않습니다

우리끼리 먹고 우리끼리 축하하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으면 의미를 붙여 특별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설겆이는 음식을 안한 두 딸이 한다고 했는데도

부엌이 거의 폭격맞은 듯 심란합니다

원래 설겆이는 뒷설겆이가 엄청난것을 애들은 모릅니다

그래도 음식을 먹고 지들딴에는 명절음식에 과식했다고

배를 보이며 힘들어 하는게 웃기고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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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고 첫번째 일요일저녁,해가 저물고 난 창 밖풍경이 스산하다

사람이 얼마나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생물체인지 뼈저리게 느껴지는 

 가을날의 어떤 하루, 내친김에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았다

 

더 이상 가을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눅눅히 젖어드는 이 날씨에 흔들리지 않는자 그 누구냐 말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이란게 단풍구경하러 집밖을 나선다거나

의미없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가을을 타는 중이다

가을을 타는 내 마음을 달래수 있는 것

그것은 오래된 영화 한편이면 충분하다 ...


 


1997년에 만들어진 영화 <굿 윌헌팅 >이다

멧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각본을 써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로빈 윌리암스의 대표작중에 하나가 되었고 1998년 아카데미상 9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어린시절 입양된 양아버지로부터 학대와 버림을 받아

정신적인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윌 헌팅은 수학의 천재이다

MIT 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며 부랑자처럼 살던 윌의 천재성을 발견한 램보교수는 

적대관계에 있는 정신과의사인 숀(로빈 윌리암스)에게 윌의 치료를 맡긴다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윌에게 자신의 천재성이 거리를 탈출 할수 있는 기회가 되어도,

보스턴을 떠나 본적이 없는 윌에게 우연히 만난 하버드생인 여자친구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같이 켈리포니아로 떠나자는 제안을 받아도 내면의 상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절망과 포기만을 고집한 채로 살아간다


 

환자와 의사로가 아닌 인간과 인간으로 신뢰라는 의미를 알게 해주며

자기 내면의 상처까지 보이면서 윌의 치료를 하던 숀이

마음을 열어보이며 눈물의 포옹을 하는 윌에게  해준 말은

" It is not your fault"

"It is not your fault"..였다



지난 8월 11일 63세의 나이에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와 

40대가 넘어버린 멧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젊은 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것 같은 반가움이 있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오늘을 소중하게 보내라는 까르페 디엠을 말하던 키팅선생역이나

머리로 아는 죽은 지식말고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을 이야기하는 정신과의사인

숀역을 다른 배우는  생각할수 없을만큼  잘 연기한 로빈 윌리암스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만난 좋은영화 <굿윌 헌팅> 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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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중에 한번은 이곳에 생활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요즈음같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가을은 어디서 살아도 그 풍요로움에 느긋해지기는 하겠지만

조금은 느린듯한, 그래서 자연과 더 교감을 할수있게 작용을 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서 나도 한번씩 고개를 돌려 느껴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 긴기민가 했던 가을이 어느새 코앞에 와 있는지를요..



집근처에 있는 아채가게의 뒷마당에 이렇게 꾸며놓아져 있습니다

가게뒤에 옥수수든 호박이든 여러가지 야채들을 직접길러 파는 가게여서 그런가 봅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농부의 손길이 느껴지는 야채를 살때마다 편안함과 자연 친화적인 

감정이 생기는게 좋아서 가격은 조금 비싼듯해도 한번씩 들러 장을 보고는 합니다



가게뒤편 옥수수밭에 길을 미로처럼 만들어 놓아 숨바꼭질 하기 좋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나이에 나 잡아봐라 할수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ㅋㅋ

수확기가 제철이 지난 옥수수가 말라가고 옥수수대가 버석대가는 속에서

곧 계절이 지나갈거라는 암시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 계절의 순리가 경이롭습니다




삶이 좋은 이유, 

내게 삶이 좋은 이유는

내가 웃을수 있고 

옆에 있는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어줄수 있고

그런 순간을  지금 내가 누릴수 있어

그 삶이 좋은것 같습니다





백년도 훨씬 더 된것 같은 ..

혹시 그 보다 더 오래되었을수도 있는 작은 종을 쳐 봅니다

기억나는것은 학교종이 땡땡땡..이었지만

시간을 알려 사람들을 모았을 용도의 이 작은 종을 

장난감처럼 쳐 대며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자꾸만 이 작은 종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 보는것

 그래서 시간속에 모든것이 사라져 간다는것을 인정하는것도

비록 야채가게 딋마당이지만 집을 벗어나면 보이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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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뉴욕의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에서 화재사건이 일어나고

화재로 인해 한인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재를 가장한 자살사건이었다는 보도룰 읽으면서

다시한번 이민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수 있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50대의 가장이 부인과 고교생인 아들을 죽이고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이 세상을 끝내고자 했을때 그 가장이 느꼈을

그 두려움과 지독한 상실감 혹은 패배감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뉴스에서는 단순하게 10만불정도의 빚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정말 그래서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10만불이란 돈이 비교하기에 따라 클수도 있고 적을수도 있지만

전 가족을 죽음으로 몰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민자들이 이민인생의 최고 목표로 여기는것은 자녀들의 성공일것입니다

뉴욕에서 3대 명문중에 하나인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까지도 포기하면서 

마지막 전 가족의 죽음을 선택했다는것은 돈이 아닌 다른 이유일거라는 생각이

같은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로서 느껴지는 생각입니다


분명한것은  세상으로 향한 마음의 끈을 놓았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호퍼 Morning Sun


세상 그 어떤것에 마음의 끈 한자락이 걸쳐져 있었다면

하루의 반을 노동으로 보낸다 해도 

이렇게 끝내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특별하게 한국에서 갖고 온 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민자들의 삶은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루의 반은 노동이고 일년의 대부분이 노동입니다

그래도 남의 나라에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각자의 마음속에 붙잡고 있는 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끈이 자식일수도 있고 

혹은 점 더 나은 미래을 향한 열정일수도 있고

더러는 주어진 삶에 대한 긍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들을 작동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성에서 얻어집니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는 더 더욱 그러합니다


비록 한국에서처럼 번듯한 모습의 직장을 갖지못한 초라한 모습이어도

신뢰해주는 가족들이 있다면,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수있는 이웃이 있다면

우리들은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힘을 얻을수가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 Rooms by the Sea


이민과 외로움이란 낱말은 찐빵에 앙꼬만큼이나 

필수적인 요소로 뗄수없을만큼 같이 가는 사이입니다

그러니까 이민은 대놓고 외롭다고 해도 누구나 인정해주는 감정입니다


외롭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사는것이 외로운게 아니고

그럼으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것들로 인해 외로워집니다

사실 외롭다는 감정보다 소외된듯한 감정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극복하지 못하는 언어문제로 점점 내 몰리는 

이민 1세대들의 소외감은 자녀들과 소통하지 못한채

가족이라는 붕괴된 모습만 덩그라니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게 꼭 이민자들의 모습만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겠지요

습쓸함을 남기는 그런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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