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 없이 가을은 반추의 계절이다 선선한 온도가 온 몸을 감싸고 

눈 앞에 매일이 달라지는 환경속에서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억과 추억사이를 넘나드는것이 많을때 걷는 날은 지루하지도 않다

9월 말로 접어들며 물론 오타와를 휩쓴 토네이도 탓도 있겠지만

온도는 하염없이 떨어지고

이미 가을이 시작되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쇼핑몰에 가는 때면 가장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키는때도 지금이다

밝음과 노출에 시달리고 난 뒤에 만나는 가을 색들이란...


2년전 11월 남편과 둘이 짧은 여행을 갔었다

사실 혼자 예정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어설프고 고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동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혼자 간다하면 눈빛이 흔들리는 것도 참 그렇고 사실

둘이 가면 혼자가는 불편함이 단박에 해소되는 좋은점도 있어

혼자 여행은 언젠가로 미루기로 한다 항상

어쩌면 그런날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 유럽을 가는것은 캐나다에서 한국을 가는거리와 시간에 비해 거의 반쯤인것같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륙과 대륙이 처음 만나는 시점으로 하자면 그런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를 갈라치면 언제나 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나라보다 도시로의 여행지를 하다보니

몇번을 간다한들 갈때마다 다른 여행의 재미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동창이 벤쿠버에 간다고 커피한잔하자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여기 온타리오 !!! 비행기로 다섯시간!! 시차 3시간!!!

거기가 거기가 아닌 경우가 많이 있다 


시에나 2016년


시에나대성당







향수병은 잘 알려진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고통은 덜 알려진것이다

그것은 "타향병"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다

눈이 녹고 황새가 다시 찾아들고 첫 증기선이 출발하면

나는 여행의 충동에 시달린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편지 (1856)

               

                                     여행자의 책   <저자 폴 서루>


어느것 하나 공감하지 않을수 없다

향수병까지도...

그래서 틈만 나면 쏘다니는지도 모를일이다 

여행지를 선택할때 첫번째 대상은 

내 마음에 늘 궁금함과 호기심과 가끔은 상상속에서

이미 누비고 다녔을 법한 장소가 된다 당연하다 

나에게 그런것들을 제공하는 것은 첫번째 아마도 

그 동안 읽었던 책들속에서의 문장이거나 작가의 영향이 기인할것이다

시에나 ~

피렌체에서 시외버스로 한 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작은 요새 

캄포광장이 있고 한때의 영화로웠던 흔적인 시에나대성당이 있고

중세의 기운과 지금은 관광객들이 점령해 버린 도시이다

그런 도시를 다녀와서 지금 나에게 남은 시에나의 기억은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려 반짝거리던 골목과 

11월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사이로

무심한 얼굴을 한채 출근을 하던 시에나주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시에나는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장소일뿐

여행자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그 비슷한 느낌은 있다

한시간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에 나도 더 이상 설레지는 않는다

심지어 한국에 사는 가족들은 매일 나이아가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웃고 사는줄 안다 ㅋ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

얼마나 이국적인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여행자의 책 폴 서루


오늘은 지난 사진 들여다 보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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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밤입니다

이럴땐 그냥 벌렁 누워 몸이 시키는대로 합니다

배고프면 먹고 움직이기 싫다면 그대로 쭉~ 가고..^^

김치 좀 담을려고 사다둔 배추가 눈앞에서 아른거리지만

오늘은 웬지 하기 싫어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말 하겠지만

나는 휴식이라고 말 합니다

배추가 썪어도?

 

 

 

 

.벌렁 누워 할수 있는것은 공상 비슷한 상상입니다

클림트가 사랑한 오스트리아북부 아터제 호숫가 그림들입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재즈음악을 들으며

눈을 꼭 감고 클림트의 그림들을 떠 올려 봅니다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근처

짤츠컴머굿이라 불리는 호숫가에

있는 느낌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아~ 눈만 감는다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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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중간을 지나간다

예상보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것 같은데

늘 습도가 높아 한 차례식 비를 뿌려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주 더운 날이면 우리는 에어컨을 트는 대신에 지하실로 간다

땅속이라 그런지 습한 기운도 사라지고

온도도 몇도는 차이가 나서 위층보다 시간 보내기가 좋기 때문이다

 

요 며칠 학교에서 Art를 수강하는

둘째가 지하실에서 꼼짝을 안 한다

잠도 지하실 소파위에서 자고

밥 먹을 때나 잠깐 얼굴을 내 밀고는 다시 지하실이다

아마도 급한 프로젝트가 있는것 같다

 

바쁜 나는 가끔씩 지하실을 내려가는 정도여서

며칠전 어슬렁 어슬렁 지하실을 내려갔다가 감짝 놀랐다

태풍이 할키고 간 그 자리?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이 여름에  건강하니 다행이지 않는가 하며

조심조심 사이사이를 걸어 마치 안 본것처럼 태연하게 웃으면서

"시원하지?"하고  말하면 끝~

 

 

 

 

 

사진으로 보니 직접 보는것보다 훠~얼 낫다

잘못 보면 어질름의 미학이 나올수도.^^

 

사실 지하실은 항상 치우지 않아도 깨끗하다

왜냐면 크게 거기서 뭘 벌려 놓을일이 없기 때문인데

며칠 사이 구석구석 어디 한 군데 빼먹지도 않고

완벽하게 흐트려 놓은 둘째에게 박수를 짝짝짝.......

 

아~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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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아침입니다

뭔가 특별한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7월로 들어 갑니다

 

로맹가리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단편에서

이런 말을 했지요

"마흔 일곱이면 모든것을 알아버린 나이.."

나는 그보다 더 한 나이이니

모든것은 몰라도 조금은 안다고 할수 있지요

 

산다는것은

늘 축제같지 않다는것,

그럴수는 없다는것을요

 

내가 기대한다는것은

스페셜한 이벤트같은것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나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밋밋한것 같은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내 삶이 곰삭여 깊이가 더해지는

그런 7월이기를, 그런 시간들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   Jul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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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작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1970년 제 1 회 한국미술대상전 대상수상작

 

<저녁에> 김 광섭

저렇게 많은 별들중에 / 별 하나가 나를 바라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서 / 그 별 하나를 바라본다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어디서 무엇이 디어 다시 만나랴 16-1V-70#166> 는 뉴욕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중 하나이다

이미 그의 작업은 조형요소의 기본적인 특징, 점, 선, 면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점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미 60년대말부터 예견 되었다 1965년부터 그는 선보다는 점에 대하여 탐구하게 되었고 그의 일기에

전면적인 점화로의 전개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이전 시기와는 달리 두꺼운 표면효과를 버리고 천에 안료를 스며들게 함으로써 기법상으로는

동양의 전통화법에서 보여지는 발묵법에 가깝다 점 하나하나를 그리고 그 주변을 선으로 다시 들러싸서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작업은 개체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집합체로서 의미를 지닌다

아주 작은 점들은 빛의 울림을 만들어 내면서 유채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그 이상의 표면효과를 만들어 낸다

더욱이 이러한 점을 무수히 그려 화면 전체를 뒤덮는 방식은 2차원의 화면을 기운이 생동하는 무한의 공간으로

변환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재료,색채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작가의 호흡과 손짓이 일체되어야만

나올수 있는 작업으로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조형실험을 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작품해설집에서-

 

나이를 먹어서 좋은것은

삶으로 시를 이해할수 있다는것도 포함되서일것이다

훌쩍 이민을 떠난건 20년전의 일이었다

두어번 볼일이 있어 한국을 다니러는 왔었지만

스치듯 만나 밥 한번 먹고 헤어진것을 제한다면

우리는 정말 20년만의 해후를 한것 같다

 

친구가 그랬다

우리들이 이렇게 친구로 만난것은 시절인연이라고 

인연이 다하고 나면 우리들은 무엇으로 남을까....

 

친구였던 시인 김광섭의 시에다 제목을 붙여 작품으로 만든것은

화가 자신이 외로움에 지쳐있을때 였다고 한다

뉴욕의 꺼지지 않는 야경을 바라보며 떠올린 고향의 바다...

내가 예술적인 외로움까지는 이해할수 없다해도

인간적인 외로움은 조금은 이해되지 않을까 싶어 오랫동안 서서

내 삶까지도 들여다 보게 했던 김환기 화가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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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Future shop 이었던곳이 어느날 다른 가게가 들어왔다

새로 들어선 가게가 second hand shop 이라고 해서 무지 놀랬다

second hand shop 이란 중고용품을 파는곳인데

기본적으로 가전제품과 온갖 컴퓨터, 카메라등등 을 파는

Future shop 이 있던곳은 보통보다는 훨씬 큰 평수를 필요로 하는곳이어서

그 자리를 중고용품을 파는 가게가 들어선다는것이 이해 불가능이었다

 

 

 

 

                             < 위의 두 사진은 google에서 가져왔음>

 

북미에는 많은 중고용품가게들이 있다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가게도 있고 시에서 운영하는것도 있다고 한다

모든 중고용품가게는 전부 무료기증을 통해서 운영이 된다

집안에 있는 오래된 물건이나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손질을 해서 도네이션을 하면

나 이외에 그것이 필요한 어떤이에게는 새로운 물건이 된다는 시스템이다

 

종교단체인 구세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당연히 전액

보조가 필요한  사회단체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시에서 운영하는 곳도 수익금 전부가 그 시에서 도움이 필요한

데이케어나 노인들 복지를 위한 기금등으로 씌여진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남편과 아이들과 중고용품 가게에 구경하러 갔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옷부터 시작해서 그릇, 가구, 책, 집안에 쓰는 소소한 장식품이며

없는것이 없는데 사실 나는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누군가 썼던것이라는 생각에 솔직히 마음이 좀 찜찜해 하고 있는데

둘째가 엄마 별루지 하며 슬쩍 한마디하고 간다

지네들은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청패션이 다시 돌아온다며

신나게 돌아다니다 2불주고 청남방도 사고 벨트도 사고 바쁘게 다닌다

 

이건 습관 탓이지 내 인간성은 아니야 하며 변명을 해 보지만

아이들이 이해해줄리 없고 나만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

워낙에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를 좋아하는 남편은

혼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정말이지 나도 기부하는 셈치고 뭔가를 사고 싶은데

그때에 내 눈에 들어오는 뭔가를 발견했다

 

 

 

 

1972년에 찍은 닛킹콜-Nat King Cole-의 더블 자켓디스크이다

 "When I Fall in love" "Love" 등등이 있다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쥴리 앤드류스주연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만든 마이 페어 레이디를

우리들은 오드리 헵번의 영화로 더 익숙하다

 

 

 

지붕위의 바이올린-Zero Mostel Fiddler dn the Roof-브로드웨이 뮤지컬

잊지못할 영화음악중에 하나인 "Sunrise Sunset" 이 수록되어 있다

 

 

                              <지하실에 있는 레코드기>

 

이제는 박물관으로 사라지고 없을 오래된 레코드판이 주는 기쁨

누군가 아주 옛날옛날 이런 초여름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놓고

이 레코드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들으며 하루의 노곤함을 달랬을 풍경을 그려보니

시간을 초월하여 그런 여유로움이 나에게도 전해지는것 같아  신기했다

타임머신처럼...  나는 아이처럼 타임머신 이런거 꽤 좋아하는것 같다 ^^

 

중고가 꼭 자동차나 옷이라는 법 있나? 없지

가게를 나올때 우리들은 각자 입맛대로

한 두가지씩을 들고 나왔는데 가격은 합해서

$ 25불을 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와 많이 나왔네>_< 얘네는 중고라고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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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게 된 드라마 <나인> 에 요즈음 완전 낚여 버렸다

네팔 어쩌구 저쩌구 하길래 그냥 무심히 화면을 구경하다가

그만 드라마속으로 빠져 월요일은 약속이 있는것처럼 기다리게 되었다

 

<아홉번의 시간여행> 이라는 부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동양철학의 불완전한 숫자 9를 표현하는것 같기도 하고

향을 한번 피울때마다 20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판타지로만 여기기에는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것 같아 한국드라마코드의 상식이 되어버린

출생의 비밀도 아니고 시한부생명도 아닌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이 드라마를 쓴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오 마이~ 이제 40살된 여작가였다

                                 

드라마 내용이 허술함이 없고 작가의 의도도 보이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고

이 내용을 쓴 작가는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궁금하고

종교는 있는지 있다면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상황까지 관심이 있는것을 우리들은 팬이라 부르지 않나? ㅋㅋㅋ

 

선우라는 주인공은 히말라야 산정상에서 조난사고로 인한

형의 죽음을 통해 우연히 아홉개의 향을 가지게 된다

그 향을 피우면 과거로 돌아간다는것을 알게 된 선우는

형을 살리기 위해 형이 죽지 않을수도 있었을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형의 미래를 바꾸는 일들을 행하게 되고

형은 다시 살아나 현재의 시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건 분명히 환타지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것은 분명히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로 돌아가 죽은 형을 살려낸 선우는 죽은 형이 살았던 삶과

 과거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형이 살고있는 또 다른 삶이 빚어내는 것들을 본다

같은 사람이 살았었고 또 살고있는 2종류의 삶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던  관계들을 허물어 트리고

그들의 기억의 선들은 온통 혼선 뿐이다  

형을 살려낸 선우는 그 대가로 현재의 시간에서 고통을 겪게된다

 

주인공인 선우가 향을 피우고 과거로 돌아가 머무는 시간은 30분이다

그 30분안에 바꾸어 버릴수 있는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이

나에게는 참을수 없는 삶의 가벼움에 대한 혼란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한 사람의 삶은 정말 예정된 그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걸까

아니면 순수하게 내 의지대로 살아낸 흔적일까

 

 나도 내 인생에서 한번쯤

돌려보고 싶은 때가 있다면 언제일까 라는 생각과

그때 그것을 선택하지않고 그 옆에 다른것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라는 공상을 하기도 해 보았다

 

그리이스신화에서 시간의 신을 크로노스(Chronos)라고 한다

태초의 혼돈 카오스(Chaos)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가 태어났고

가이아는 수면상태에서 홀로 아들을 잉태하여

그리이스말로 하늘을 뜻하는 우라노스(Uranus)를 낳았다

 

대지의 어머니인 가이아와 하늘신인 우라노스는

부부가 되어 12명의 생명을 탄생시켰는데 아들들이

흉칙하게 생겼다고, 혹은 말썽을 피운다고 우라노스는

무한지옥인 지하세계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감금시켜버렸다

이에 화가 난 가이아는 아들들에게 우라노스를 제거하라고

명령을 하고 이에 막내아들인 크로노스는 아버지를 거세를 한다

거세를 하여 어버지인 우라노스를 바다에 던져 버릴때

크로노스도 역시 네 자식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저주의 말을 듣게 된다

 

 

                                              조르주 바사리 <우라노스를 거세하는 크로노스>

 

누이동생인 레아와 부부가 된 크로노스는  이 저주의 말이 두려워

레아가 자식을 낳을때마다 잡아 먹어 버렸다

자식을 잃은 고통에 시달리던 레아는 여섯번째아이를 낳자

돌멩이를 보자기에 둘둘 말아 크로노스에게 주고

아이는 살아남는데 그가 신들과 인간의 신인 제우스신이다

 제우스신은 후에 크로노스뱃속에 있는 형제들을 모두 토해내게 하고

힘을 합쳐 아버지의 형제들인 티탄족을 정복하여

모두 지하세계인 타르타로스에 감금시켜버렸다

 

 

 루벤스 < 아들을 잡아 먹는 크로노스>

 

타르타로스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시간만이 흐르는 곳이다

우리가 시간의 신이라고 부르는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켜버린 의미는

시간은 우리에게서 모든것을 다 빼앗아버린다는 말이라고 할수 있다

 

그리이스신화에는 또 하나의 시간의 신이 나온다

제우스아들인 카이로스도 역시 시간의 신인데 기회의 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로노스가 절대적인 시간의 신이라면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내가 거역할수 없는 물리적인 시간의신인 크로노스에 비해

키로노스는 내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용하게 이용할수 있는 시간의 의미이다

 

드라마 나인을 보며 내가 공상하는 20년전 어느날의 시간은

그런의미에서 키로노스의 시간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런 의미의 시간은 지금 오늘 이 순간에도 작용을 할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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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 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는 괴로움속을  헤메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리움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것을 믿는다

 

 

" 언제 그대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얼마나 적은 날들만이 그대의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언제 그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할수 있었는지

언제 그대의 얼굴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언제 그대의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지

그토록 긴 세월동안 그대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가 무엇을 잃는지도 모르는 사이

그대의 인생을 빼앗아 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없는 괴로움과

어리석은 즐거움과 탐욕스런 욕망과

매력적인 교제가 앗아갔으며

그대의 것중에서 얼마나 적은것이 남아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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