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여름이 가는가 싶어지게 요즈음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넓은 밭에 옥수수는 채 영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니 살기는 편하다만

어쩐지 더워야 할때 덥지 않은 이 상황이

순리를 거스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고는 한다

 

늦여름의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가는 8월

우리들은 8월이라는 늦여름의 계절속에서는

잊고 살던 자연의 관대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기억해 낸다

 

늦은 불볕 더위에도 감사할줄 아는 마음이 생기는것은

우리들 눈앞에서 그 햇빛속에 익어가는 자연의 소산물들의

귀중함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지 않은 과일맛에서도

뒷마당에 토마토가 아직도 익지 못한채 

그대로 머물러 점점 시들어 가는것도 

시원한 여름을 살고 난 후 우리가 감당해야할 결과인것 같다

 

..........

요즈음 답답한 더위에도 개의치 않고 자주 밖으로 나갔다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 없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작별을 고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성숙함은 얼마나 갑작스럽게 시들어 버리는가

나는 늦여름의 아름다음에 대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

나는 모든것을 보고 모든것을 느끼고

모든것을 냄새 맡고 싶어 한다


이 퐁요로운 여름이 

내 감각에 제공하는 모든것을 맛 보고 싶다

내가 경멸하는 소유욕에 들 떠

늦 여름의 영상을 이렇듯 격렬하게 잡아 두고 싶어

괴로워 하다니....


갑작스레 부지런을 떤다

연필과 붓과 펜 물감을 들고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이런저런 사물들의 풍요를

내 곁에 남기려 애쓴다


시간이 지나면

세계가 한 때는 그토록 찬란하게 빛나며

완벽한 모습을 띤 적이 있었다는것을

기억하지 못 할것이라

.............


헤르만 헷세의 책 

<정원일의 즐거움> 에서





늦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과일이 익어갈 마지막 햇빛을 위해 

기도하는 릴케의 싯귀라도 읽어야 할까


아직은 더운 기운이 필요한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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