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심지어 한달 반을 집을 비워 보기로 했다

늘 집에 걸린 액자처럼

늘 집 안 어딘가를 채워놓고 있던 내가 말이다 

4월이 나를 움직이고 

나는 사소함의 미학으로 용기를 내 보았다

왜냐하면 나는 63세의 봄을 맞이 했기 때문이었다 

산다는것이 해지고 바람부는 일처럼 

사소하다는것을 알아가는 나이 !!!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들은 열심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 했고 

그렇다고 해서

다시한번 열심을 낸다거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요딴 공허한 표어로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면 될 일이다 

그냥 나는 63세의 사람 인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적응해가는 내 신체가

종종 나를 한 밤중에 잠 못 들게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샘이 터지는 그런 나의

감정들까지도 나는 인정하면 될일이었다 

누구와 툭 터놓고 말 할수는 없는 

죽음에 대해서도 나는 조금씩 진지해져 가고 있다 

리스본의 얼굴 낡은 전차 

하지만 아직도 리스본시민들의 교통수단 

관광객의 필수 코스

리스본 대성당 

리스본 대성당에서 바라 본 리스본 도시 모습 

4월14일- 5월 30일 2024년 

포르투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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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호시우역에서 근교 신트라라는 동네를

가기위해 기차를 탔다 

이미 리스본근교에서 이름 난 여행장소이다 보니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마어마 했다 

리스본에서 신트라까지 소요시간 45분정도에 3유로정도인데

산에 있는 몇 개의 성을 돌기위해 버스비로 13.5 유로를 지불해야했다 

Pena 성. 가장 유명한 아름다운 성 

이슬람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 그리고 고딕양식이 혼재된 성은 

어쩌면 기괴한 느낌도 들었다 

 

 

 

산다는것은 감사하고 너무 고귀하다고 말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일상에 속해버리는 날들은 

속수무책의 강적같은 놈이었다

치워도 치워도 어느새 가라앉는 

먼지처럼 내 옆에서 떠나질 않는 그런 ...

그러다가 어느새 나는 훌쩍 세월을 다 살아버려

속수무책의 강적같은 놈들도 내 곁을 

종종 비우기 시작했다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가나 싶은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

속수무책의 강적이 비우는 자리에

바야흐로 가을이 들어와 앉기도 했다 

설레임도 있었고

드디어 산다는것이 

감사하고 고귀한 일인것 걑아 

방치해 두었던 일상이 

딖인 유리처럼 나를 비추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속수무책의 강적이 완전히 떠나가지 않았음에도 

나는 더 이상 일상에 속해진 시간들을 

살지 않기로 했다 

매 순간은 아니더라도 

"또 가을 "

이런 표현은 하지 않을것 같다

속수무책의 그 놈이 완전히 떠나갈때 쯤이면 

나도 이 아름다운 가을을 떠나 갈것이기에

이 대로 그 놈과 함께

가을을 즐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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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었다

특별하다 싶은것은 없었지만 4월이었다

4월은 완연한 봄이란 계절에 속하는 달이라고 배우고 느끼고 살았었지만
캐나다에 이민 온 이후에는 4월은 어정쩡한 달로 남겨졌다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그저 그런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유산처럼 빛나는 꿈의 계절로 남아 막연한 설레임을 있었다

 

 

 

 

내가 만든 특별한 4월을 보내고 싶어 그냥 집을 나서버렸다
굳이 행선지를 말하라 하면 이 넓은 캐나다에 꼭 어딘가를 정해서 가야되나 했지만
대충은 동쪽 대서양의 주들을 돌아보려 무작정 401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토론토를 지나 밋밋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킹스턴을 벗어나고 시간은 어느새 늦은 오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밤이 오기전에 온타리오와 퀘벡의 경계에 있는 도시 콘웰에서 오늘은 쉬었다 가기로 결정하고 숙소를 찾았다

콘웰은 동쪽으로는 지척에 몬트리올이 있고,남쪽으로는 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버몬트주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사는 온타리오와는 다르게 호숫가 옆에 평야처럼 펼쳐진 토론토 주변과는 달리

콘웰은 강이 있고 멀리는 산 구릉같은 곳도 있어 산그림자도 지고 그 사이에 작은 마을도 있어 다른 느낌이 느껴졌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 사이에 섬처럼 인디언보호구역이 있는것도 

이민자인 나에게는 이 캐나다의 역사를 알게하는 곳이기도 했다 

콘웰이란 이름에서 느끼지는 영국과 불어권의 퀘백주, 캐나다는 역시 넓은 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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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블루보틀커피를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한다

혹은 커피계의 제 3의 혁명을 일으킨 주범이라고도 한다

제 1의 혁명은 19세기에 일반가정의 식탁에 놓여졌던 인스턴트커피이고

제 2의 혁명은 스타벅스같은 대형프란차이스 커피점들의 시대

그리고 지금 블루보틀이 잔잔하게 일으키는 생산지에서 직접 원두를 구입해

손님들의 주문에 맞추어 일일이 커피를 만드는 주문자생산방식이

제 3의 혁명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사는 클라리넷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은 

굉장한 커피애호가였는데  클라리넷연주하는것이 지루해지자

좋아하는 커피사업을 결심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 한다

2010년에 뉴욕에 첫 매장을 열었다는데

나도 궁금해서 일부러 록펠러센터안에 있는 블루커피집을 가 보았었다

매일 한잔씩이야 마시니까 커피를 잘 마신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니 맛에 대해 뭐라 말할것은 없지만

듣던대로 주문하고 나서 만들기 시작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던거와

인터넷이 없다는것, 그리고 말로만 듣던 로고인

블루보틀을 직접 본다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커피맛보다도 나에게는 

기다린다는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이 세상 논리에서

이런 컨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것이 더 신기했다

스타벅스의 신속함과 인터넷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커피의 맛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대화하는 아나로그방식을 들고 나온 블루보틀커피의 베짱이 말이다


간소하고 느릿느릿 ...

요즘 내가 관심이 좀 가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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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이 가을은 반추의 계절이다 선선한 온도가 온 몸을 감싸고 

눈 앞에 매일이 달라지는 환경속에서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억과 추억사이를 넘나드는것이 많을때 걷는 날은 지루하지도 않다

9월 말로 접어들며 물론 오타와를 휩쓴 토네이도 탓도 있겠지만

온도는 하염없이 떨어지고

이미 가을이 시작되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쇼핑몰에 가는 때면 가장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키는때도 지금이다

밝음과 노출에 시달리고 난 뒤에 만나는 가을 색들이란...


2년전 11월 남편과 둘이 짧은 여행을 갔었다

사실 혼자 예정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어설프고 고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동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혼자 간다하면 눈빛이 흔들리는 것도 참 그렇고 사실

둘이 가면 혼자가는 불편함이 단박에 해소되는 좋은점도 있어

혼자 여행은 언젠가로 미루기로 한다 항상

어쩌면 그런날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 유럽을 가는것은 캐나다에서 한국을 가는거리와 시간에 비해 거의 반쯤인것같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륙과 대륙이 처음 만나는 시점으로 하자면 그런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를 갈라치면 언제나 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나라보다 도시로의 여행지를 하다보니

몇번을 간다한들 갈때마다 다른 여행의 재미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동창이 벤쿠버에 간다고 커피한잔하자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여기 온타리오 !!! 비행기로 다섯시간!! 시차 3시간!!!

거기가 거기가 아닌 경우가 많이 있다 


시에나 2016년


시에나대성당







향수병은 잘 알려진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고통은 덜 알려진것이다

그것은 "타향병"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다

눈이 녹고 황새가 다시 찾아들고 첫 증기선이 출발하면

나는 여행의 충동에 시달린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편지 (1856)

               

                                     여행자의 책   <저자 폴 서루>


어느것 하나 공감하지 않을수 없다

향수병까지도...

그래서 틈만 나면 쏘다니는지도 모를일이다 

여행지를 선택할때 첫번째 대상은 

내 마음에 늘 궁금함과 호기심과 가끔은 상상속에서

이미 누비고 다녔을 법한 장소가 된다 당연하다 

나에게 그런것들을 제공하는 것은 첫번째 아마도 

그 동안 읽었던 책들속에서의 문장이거나 작가의 영향이 기인할것이다

시에나 ~

피렌체에서 시외버스로 한 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작은 요새 

캄포광장이 있고 한때의 영화로웠던 흔적인 시에나대성당이 있고

중세의 기운과 지금은 관광객들이 점령해 버린 도시이다

그런 도시를 다녀와서 지금 나에게 남은 시에나의 기억은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려 반짝거리던 골목과 

11월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사이로

무심한 얼굴을 한채 출근을 하던 시에나주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시에나는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장소일뿐

여행자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그 비슷한 느낌은 있다

한시간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에 나도 더 이상 설레지는 않는다

심지어 한국에 사는 가족들은 매일 나이아가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웃고 사는줄 안다 ㅋ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

얼마나 이국적인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여행자의 책 폴 서루


오늘은 지난 사진 들여다 보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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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떠날거라고,떠나야한다고

생각하며 17년째 살고있는 워터루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결국 뿌리가 없는 이민자였기 때문일것이다


굳이 어떤곳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바꾸어 말하면 굳이 어떠한 곳에 못 살이유도 없음이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 살면 되는 이유가

그 어느곳에도 마음이 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워터루에서 성장해서 자라는동안 

내가 종종 잊지못하고 아련한 그리움에 한번씩 눈물짓게 하는

나의 고향처럼 어느새 워터루는 아이들의 고향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 그런 정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어린시절 흔적과 추억이 배어있는

도시가 되었다 워터루는 ..


더 이상 아이들이 워터루에 있지 않는다

아직 나는 워터루에 생업을 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은퇴를 할것이고 그리고 나면

나는 어디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는

짜장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물냉면같기도 하고 비빔냉면같기도하는

어설픈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짜장면은 어디고 짬뽕은 어디일까?


캐나다의 최대 도시는 토론토이다

조금 과장의 말로 들리긴 하지만 어찌하든

미국과 캐나다 통 털어 북미 3대 대도시로 급부상 했다한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어느 도시에서 대학을 나왔던

토론토로 모이는것은 어쩔수 없는 흐름이다

그래서 내 두아이들도 이미 토론토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토론토에는 지인들도 있지만 한국커뮤니티가 있다

그래서 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최소한 노후에 닥쳐 올 피상적인 외로움을 조금 해소해줄

장치가 있는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같은 말을 쓰고 내 머리속에 있는 한국메뉴는 다 먹을 수 있고

사느라고 분주해서 가 보지 못했던

도시 곳곳을 여행자처럼 다시 헤집고 다니고 싶은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도시 토론토가 짜장면이라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벤치마킹하는듯한 도시 워터루

이미 대학도시로 이름이 높아져있는 워터루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어서 작지만 모든것이 잘 구축되어 있다

내가 눈 감고도 찾을수 있을만큼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고

토론토의 급증하는 범죄율이 느껴지지 않는 조용한 도시이다

5분만 드라이브하면 순박한 메노나이트들을 만날 수 있고

100 년전 그 모습 그대로의 건물에서  커피한잔을 즐길수 있고

한가함이 아직은 미덕인 이 워터루가 짬뽕?


이 세상 모든 논리는 동전의 양면같아서

낯설음이 우리에게 설레임을 준다면 

또 한곳에는 그 낯설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지 않는가

나는 알수 없음이야라고 생각하며

짜장면과짬뽕의 고민을 멈춘다

내일 일도 알 수없는데 그때에 가서 고민 해 볼일이다

그냥 오늘은 난 워터루에서 잘 살아야지 싶을 뿐이다


                                 St' Jacobs Farmer's Market (세인트 제이콥스의 파머스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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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한 바탕 걸었다

바람이 시원했고 습도도 낮아져서 

오랜만에 걷는다는것에 대해 느긋한 마음이 들었다

불볕더위속을 걷는다거나 

습도가 높아 움직이는대로 땀샘이 막힐듯한 날씨에 

투쟁하는 마음으로 걸었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꽤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것 같다


가을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가난해졌다

사실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심정었지만

표현이 너무 진부하고 가벼워서 가난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한해한해가 그 나름 무게가 느껴진다


"두 번은 없다,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중에 일부다


반복되지 않는다

이 가을도 반복되지 않을것인데

나는 무엇을 위해 애쓰며 살것인가

걸으며 생각해 봤다

누군가 그랬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게 인생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빈손이면 안된다고 


반복되지 않는다고 해서

늘 축제같은 삶을 살수는 없다

인생이 어디 단발성이벤트 같을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처럼 살일이다

그 날이 그날같아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다른 마음으로 살아갈일이다


                                                       2016년 11월 아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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