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주어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것일거다

 

긴 겨울과 추위에 슬슬 지쳐가고

기지개를 펴도 혈관 어딘가가 막힌듯 몸이 나른하거나

햇살 가득한 어느 거리를  마구 쏘다니고 싶어질때면

나는 슬그머니 골방으로 들어가 지난시간들 기억속으로 들어가 본다

정말 뜨거운 햇빛과

아침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걷던 길들과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것 같은 사진첩은

겨울에 지친 나에게 힐링캠프 같다고나 할까..^^

 


 

몇년전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아이들과 가족여행이란 타이틀을 달고 유럽으로 날아갔었다

파리 리용역에서 테제베를 타고 스위스베른을 갔고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를 가기위해 인터라켄을 가서

작은 기차를 타고 알프스산 정상을 올라가기도 했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에 추워서 발발 떨며

들꽃이 예뻤던 산 밑의 여름은 뭐지 하기도 했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드 넓은 북미와는 달리 기차를 타고 돌아서면 다른나라라며

언어가 달라지는 유럽은 우리들 눈에 예쁜 미니츄어 빌리지 같았다 

 

 

이제 막 사춘기로 들어간 큰딸과 둘째는 가끔식 사소한 문제로 나와 말다툼을 하여서

몇 시간씩 씩씩거리고 관광을 했던 기억도 있다

 시작은 엄마라는 역활에 충실하려는 내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였지만 말이다

어느 유적지나 미술관 박물관에 가도 기본적인 정보안내는 있기 마련인데

굳이 설명을 해서 머리속에 주입시키려는 이 왕짜증나는 엄마를 아이들이 봐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는것은 꼭 무엇을 보아야 하고 배워야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음을 첫번째 여행에서 나는 깨달았다

어딘가를 목적을 두고 가지만

늘 우리가 감동을 느낀다거나 즐겁다고 느끼는것은 장소가 아니라

오고가는 과정에서 우리들은 충분히 즐겁고 김동을 받는 일이 많았다 

고등학교때 다녀온 수학여행의 기억중에

아직도 나에게 기억으로 남는것은 다녀온 장소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속의 우리들 모습인것처럼

 

 

이태리 로마 트레비 분수앞에서 1762년 교황 크라멘스에 의해 만들어졌고, 현존하는 가장 큰 바로크 양식의 분수이며

조개위에 서 있는 저 사람은 바다의신 포세이돈의 석상이라는 자잘한 지식보다 길옆에 있는 이태리명물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먹는것을

더 즐거워하던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무엇인가를 요구할 필요는 없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조각품앞에서 시간이 꼭  모든것을 소멸시키는것은 아닌것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고나면 남는것은 인간이고 그 인간의 모습이 나인것을 안다면

여행에서 배움은 끝났지 않았을가 싶기도 했다 일단 거기까지

 

배우기 위해서, 배움을 확인하기위해서 떠나는 여행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열흘씩, 혹은 2주일씩 집을 나와 다니다보면 감성이든, 인성이든

내가 확인할수 없는 부분에서 아이들이 성숙해져가는것을

여행이 끝난후 다시 돌아간 생활속에서 발견할수 있었다

 

한번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베니스로 향하던중에 기차를 잘못타서

아주 작은 시골역에 급히 내리는 일이 있었다 이태리말도 하나도 못하는데...

다음 기차가 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난뒤 ,다음 기차가 올때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완전한 여유!!

7월의 햇빛이 쏟아지던 기차 플랫폼에서

오랜만에 기차와 유적지와 사람들에게서 해방이 되어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고

남편은 가방에 기대어 느긋하게 오수를 즐기고 나는 기차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한가함을 즐겼다

실수로 인해 다음 여행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단축되어 엄청 헉헉되었지만^^

 

 

 지금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행갔던 해에는 유럽 어느곳이고

 한국의 베낭여행학생들과 각종 모임에서 단체여행나온 분들로 넘쳐났었다

성당이나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줄을서고 있으면 사방에서

저절로 들려오는 한국 여행가이드의 능숙하고 해박한 지식의 한국말

단지 안 좋은것이 있다면 여행가이드가 1명만이 아니라는것, ㅋㅋ

 

특히 유럽여행의 하일라이트 코스인 서유럽 3개국 코스는  어느나라 어느역이고 한무리의 한국학생들을

만날수 있어 정보가 부족할때는 참으로 편리하게 도움도 받을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스위스 작은마을인 인터라켄에서도 그 작은 역에는 융프라우를 올라가는 한국단체여행객들을 위해

한국사람 전용 표끊는 창구가 있어 놀랐고 융프라우 전망대에서는 한국 컵라면을 팔고 있어 더욱 놀랐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막내가 가끔씩 물었다

" 엄마 우리 부자야?" " 아~니" "그런데 왜 돈을 많이 써?" "????"

이민자 자녀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모에게 보는것은 열심히 일을 하는것과

근검절약하는 모습인데 여행을 나가면 갑자기 돈을 펑펑 쓰는것 같으니 혼선이 오나보다

막내보다 조금 더 큰 큰놈과 둘째놈은 질문의 요지가 훨씬 현실에 가깝게 다가 온다

" 엄마 괜찮아? " "뭐가? "ㅋㅋㅋㅋㅋ감당할수 있나 이거지

 

셋을 앉혀 놓고 내가 묻는다

" 아빠 엄마가 이 돈 모으면 빌 게이츠처럼 부자가 될까?" 안 되지

"아빠 엄마가 이 돈 쓰고 나면 거지가 될까?" 안 되겠지 그럼 이상

알듯 말듯한 얼굴로 돌아서는 아이들에게 여행을 가며 들어가는 경비는

우리들 수입에서 수도세 전기세처럼 꼭 지불되어야할 세금같은것이라는 말은 생략했다

여행은 있는자만이 누리는 호사가 아니고 수입에 상관없이 물세, 주택세를 내는것처럼

휴식세라는 명목으로 당연히 지불되어야하는 세금이고

그 세금이 밀리면 우리들의 마음이 무엇인가로부터 단절되는 고립감이 온다는 말도 생략했다

그리고 이 모든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이 되는 정답은 아니고

그냥 너희들의 아빠 엄마가 살아가는 법일뿐이란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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