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딱 열흘전,

저녁부터 언짢았던 속이 한밤중에 잠못들게 아프더니

잠시 화장실 변기통을 붙잡고 그 몹쓸 "웩웩' 을 두어번하고 나서 지금까지

아픈속을 달래르라 6월이 오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가까운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약을 받아 임시로라도 약을 먹을수 있다든가

동네의원에 가서 상황 설명하고 나서 병명이 무엇인지나 알고 아프면 서러움이 덜 하겠건만

의사의 처방없이는 약을 살 수도 없고 의사 만나는것은 더 어렵고

그렇게 어렵게 훼미리 닥터한테 예약하여 받아놓은 시간이 어제였다

그러니까 그것이 사건발생 이후 거의 열흘뒤에 있는 예약이니 뭐 이런 ......

 

 

 

 

아팠다.

그냥 아프고 아팠다

쓰린듯 한 속이 때때로 울렁거리고, 먹지못하니 기운이 없고

그러다가 살며시 두통까지 찾아오면 속수무책으로

죽은듯 누워 비실비실 잠만 잤다

급체이었나?  생각하다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어쩌면 증상이 위염과 너무 비슷해

누워서 하루는 위염환자처럼 아프고,

 또 하루는 위궤양인가봐 라고 시작해 위궤양환자로 아팠다

병은 내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증상에 따라

위염으로 위궤양으로 급기야는 위암으로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위암인가?" 했던 날에는

서 있어도 눈물이 나고 누워도 눈물이 나고 화장실가도 눈물이 났다

 

뭐 달리 특별한 것에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오늘 죽어도 미련은 없어 라고 말할만한 강심장도 아니었지만 단지

"이거였어?" 라는 헛김빠지는 마음이 왜 그리 허무하던지

무슨 한 인간의 역사가 뭐 그리 밋밋해,

고우영만화에도, 허영만 만화에도 폼나는 클라이막스가 있고 결론도 있드만

 이건 잘 가다가 옆으로 새는것도 아니고 하면서 울었다

 

내가 사라져도 꿋꿋이 시절에 따라 잎을 피우고

 낙엽이 질 집앞에 나무의 무심함에 아프고

2050년 뒤에 변화되는 세상을 볼수 없음이 억울했고

 초여름 햇살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끌고 집에 돌아가던 내 어린시절

초등학교 운동장과  담벼락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소설을 쓰며 아팠다

 

그렇게  열흘이 지난 어제 드디어 의사를 만났고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으니 속은 많이 진정되었다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만나면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캐나다의사들인지라

괜찮을거라는 말에도 찜찜해 하는 나에게

 위내시경검사와 울트라사운드까지 해 보라고 예약을 해 주었다

 

속이 탈이 났을때 멀리했던 김치와 커피를,

 속이 편해지니 제일먼저 찾는다

몸이 조금 아프니 세상이 끝나고  아픔이 가시니

또 천년만년 살듯 사소한것에 목숨걸고 사는

이 참을수 없이 가벼운 존재여.... 

 

 

오늘부터 나는 다시 열흘전으로 돌아가

커피도 마시고  김치도 먹고 딸들에게 잔소리도 해 대며 지냈다

하지만 커피는 흐려졌고 잔소리를 하는 내 목소리는 달콤해졌다(이건 100% 내 생각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이 모든것이 감사합니다~ 영어로 Thank you 이다

언제까지 그럴텐가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몰라지만

태평양같이 너무 멀어 알수 없었던 생과 사의 거리가

동네 앞 개울가 처럼 돌다리 몇개 놓으면 건너갈 거리라는것을

알아갈때마다 그럴꺼라는것은 말할 수있다

그리고 아픈 만큼 성숙해 질거라는것도  말이다^-^ 오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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