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음악전문 라디오스테이션에서
하루 왼종일 캐롤이 흘러 나옵니다
이맘때 누군가에게 "얼굴 한번 봐야지 올해가 가기전에"
라고 말하면 적당히 망년회가 되는 그런 시절이네요
망년회......
어쩔수 없이 또 옛날생각을 하고 맙니다
내 삶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양분화될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 참 경건하고 차분하게 년말을 보내는 생활을 하다보니
망년회에서 즐거웠던 일들은 죄다 옛날의 기억속에 있습니다
나는 노래를 못 부르쥐 않습니다^^
잘 들어보면 감정도 풍부한 편입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뭘 발표를 한다거나
사람들 앞에 서는것을 정말 못하는 사람일뿐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없이 노래라도 불러야 될때는
듣는 사람들이 굉장히 몸 둘바를 몰라합니다
많이 떨다보니 음정도 박자도 불안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웬만하면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노래, 안 합니다
더 결정타를 날리는것은 선곡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 내리는 호남선~ 완행열차에"
하고 분위기 띄우는 노래를 절대 부르지 않습니다<사실 못 부릅니다>
주구장창 분위기? 잡는 노래만 부릅니다
어떤 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하여간 저건 분위기 망치는데 뭐 있어" 말하기도 합니다
내타입이 노래방꼴불견 순위안에 있다는데...ㅋㅋㅋ
노래는 되게 거시기하게 부르면서 어줍잖게 어려운 발라드부르는 사람
소나 개나 임재범의<고해>를 부르는것처럼이죠
말은 그렇게해도 내가 노래하면 끝까지 들어주던 친구들
내 분위기에 취해 헤메이면 같이 헤메이던 사람들과 같이가던 노래방..
그 시절.그때가 좋았습니다
여기서는 만나서 실컷 이야기하다가
조금 필이 통하면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집집마다 지하실에 노래방기계가 있거든요>
우선 돌아가면서 노래 한곡씩 불러봅니다
그러면 대충 각각 이민온 때가 드러납니다
어떤분은 진짜 오래전 노래 이수미의
<내 곁에 있어주>라는 노래도 불렀는데
막 새마을운동도 생각나고 박정희 대통령도 생각나고 그랬습니다 ㅠㅠ
그러다 노래책이 내게로 오면 코 박고 공부합니다
요것도 꼴불견 순위에 있을것 같은데
예약된 노래가 다 되어 가도록 노래책을 보고있습니다
노래 잘 하는분 숨 넘어 갑니다
알지만 노래책을 보고있는 나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분위기를 띄우는 노래를 불러야하는 사명감과
그냥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부르지를 못 합니다 아니 안 부릅니다
왜냐하면 박수치며 같이 흥겨울 노래를 부르는것도 아닌것이
또 사람들 몸 둘바를 모르게 하고 싶지 않아서인 저의 진심때문입니다
아니면................
저를 보고 확 깬다고 할까봐 ^^
한국 가면 한번씩 부릅니다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을 탬버린를 흔들며 신명나게 부르는 동생하고
나이에 안 어울리게 노라조의 <슈퍼맨>을 무지하게 잘부르는 언니하고
한번씩 분위기 팍팍 다운시키는 나하고 모두 모여 부릅니다
덧 붙이자면 나는 노래를 못 부르쥐 않습니다~
캐롤을 듣다가 년말이 생각나고
년말하다보니 망년회가 생각나고
망년회 하다보니 노래방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