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때

가끔씩 나에게 졸라대던것이 하나 있었다

 

고양이나 강아지

한마리 키우자는것이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만큼은 항상 내 대답은 NO  였다

 

너희들 키우는것도 나는 힘들고

살아있는 생명 돌보는것이 보기보다 쉬운일이 아닌거다

라는 초지일관적인 답변으로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곤 했었다

 

아이들이 저리 원하니

가끔씩 키워볼까 하며 많은 고민도 했었지만

자질구레하게 손이 가는것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죽는것은 당연한데

그때에 아이들이 상처받을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 돈을 벌면서 3개월된 치와와 한 마리를 구입했다

 

아직 공부 할것도 있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나가 있을 시간이 많을텐데

딸이나 강아지나 힘들지 않을까 걱정 했지만

젊다는것은 너무 많은 걱정속에 살지 않는것

딸은 즐거운 마음으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2~3주에 한번씩 집에 다니러 올때마다

콩보다 작은 강아지를 품에 넣고는

그레이 하운드를 타고 한손에는 강아지용품을

바리바리 꾸린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집에 있는 두 딸은 쥬니(강아지 이름)가 오는 날에는

쥬니가 뭔가를 줏어 먹을까 청소도 하고 아주 귀빈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럭저럭 몇달이 지니갔다

어른이 되어도 그다지 크지 않은 종류인 쥬니지만

부쩍 골격이 단단해졌고

집에 올때면 신나서 온 집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흔들어 대는 것이 이뻤다

 

아침이 되어  아이들이 늦잠을 잘때면

부엌에 있는 내 옆에서 음식 만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한다

그러다 음식을 주지 말라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작은 고기조각을 입에 넣어주면 아예 내 발에 붙어 있다

 

이쁘다....

안아주면 내 볼을 한번씩 핧아주는것도 이쁘고

졸리면 카펫위에 가서 곯아 떨어지는것도 신기하고

한참씩 물을 마셔대는것도 내 갈증이 풀리는것처럼

그 시원함이 나에게 전달되어 오는듯 했다

 

이제는 쥬니가 품안에 넣고 다니기에 너무 커져버려

집에 올때면 남편이 데리러 런던까지 갔었다

아빠를 힘들게 하는것 같아  딸이 미안해 하길래

그만 내 차를 딸에게 주는 일까지도 생겼다

나는 조금은 불편하지만 아주 안 될일은 아니어서

딸이 차를 살때까지 편하게 집에 오갔으면 싶었다

 

 

 

 

누군가가 내 맘에 들어 온다는것은 나를 내어 주는일이다

젊은 시절에는 알수 없었던 감정중에 하나는

나를 내어 주고 난 후의 외로움이랄지

피할수 없는 고독감의 무게이다

 

표피층이 다 닳아져 얇아진 껍질처럼

내 심장의 막이 너무 얇아져 버려

툭하면 눈물부터 흘리고 마는

이 감정을 감당하기가 벅찰때가 있다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이 세상의 모든것에 마음을 내어주는것도 힘든데

쥬니의 저 맑은 눈동자에

마음을 내어 줬으니 이제 워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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