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꽃이 피었다
일요일 오후 런던에 있는 딸아이를 만나러 갔다가
기숙사 앞뜰에 핀 수선화를 보았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 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4년째 런던에서 살고 있는 딸아이는 툭 하면
"엄마 외로워"하고 말하고는 하였다
왜 나는 그 외로움이 단지 남자친구 없음의 투정이라고만 생각했을까
따뜻한 봄빛아래
수선화 핀 꽃밭옆에 앉아 딸을 기다리다 보니
새삼 한국과 캐나다 이중구조속에서 애쓰며
살아가는 딸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로서리쇼핑을 다녀와 텅 빈 냉장고를 채워주고 돌아서며
속으로 외쳐본다" 딸 화이팅"
<2>
토요일 집에 온 둘째가
아빠를 위해 (요리 할 명분이 필요한것 같았음)
바나나 빵을 만들었다
"집에 오니까 좋아?"
"응 부엌이 있어서 좋아" -_-*
그래 기숙사로 돌아가면 한동안은
부엌 구경 못할거니까 실컷 요리하렴
부엌 치우고 빨래하고 쓰레기까지 밖에 내 놓고 돌아서니 주말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