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와 워터루 사이에 한국분이 운영하는 한국농장이 있다

 

가을이면 재미삼아 직접 농장에서 야채를 사다보니

이제는 년중행사가 되어  가을 걷이가 시작될때 쯤이면 우리는 농장에 간다

올해, 며칠 추운 날씨가 이어져 혹시 너무 늦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부랴부랴 남편을 혼자 보냈더니 농장에서 재배한 품종이란 품종은 다 가져왔다

 

같이 가셨던 두 부부께서 "와~ 저걸 다 우짤라고.." 걱정하시다가 몇번 전화를 주셨다

어차피 손질은 여자가 다 할텐데 저렇게 사다가 안기면 목숨은 부지할려나 하셨다며...ㅋㅋ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

 

이민생활을 하면서 남편은 나를 소리없이

비녀 안 꽂은 수라간에 대장금을 만들려는지

콩나물도 길러먹자, 두부도 해 먹자, 팥죽은?

씨레기는 제때제때 해야되는데 이런다

 

 

                                     *꽈리고추- 이거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수시로 볶아 먹는다*


 

                                                                      *배추-당연 김치담는다*


 

                         *시금치- 시금치는 역시 한국시금치가 맛있다, 삶아서 냉동고에 넣어놓고 겨울내내 국 꿇여 먹는다*


 

*깻잎-이거 손질하느라고 죽는줄 알았다. 일일이 줄기에서 잎을 따서 좋은 잎은 골라서 소금물에 삭히고

남은것은 지져먹고 , 볶아먹고, 다 먹었다(이건 딸들이 다 했다)*

 

 

*대파-이것도 한국농장에나 가야 맛을 볼수있는 한국산 대파이다

이걸 보니 어린시절 김장할때 엄마가 끓여주던 쇠고기대파국이 생각난다*

 

 

*알타리무우-흙이 묻은 무우를 씻으니 뽀얗고 에쁜 무우가 나왔다

젖갈을 넉넉히 넣어 담궈 잊어버리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눈내릴때 꺼내 먹으면 ...*

 

 

*무우청*

 

무우청이 우거지가 되는 순간이다

오래전 시어머니님이 캐나다에 오셨을때 전수해주시고 가신 그대로 하고 있다

첫번째 삶는다 그리고 말린다 

두번째 삶고 말리는일은 씨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다 예~이

 

남편은 이 일을 신나게 한다   설마 씨레기를 먹자고만

한국농장에를 가고 삶고 말리고 그 번잡한 일을 하는걸까

아마도 그 일들을 하며 나름 향수병을 달래는 것은 아닐까

옆에서 남편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고향으로의 U턴이라고 하는 글귀가 생각난다

장년의 남자라고 해서 엄마가 왜 안보고 싶고

엄마가 해 주던 어릴때 음식들이 왜 생각나지 않을까

수시로  요구하는 음식들이 내게는 만들기도 퍽이나

까다로운 음식들이지만 어린시절에

시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이라는것을 한다

 

아마도 무우청을 만지며 엄마도 만나고 엄마가 해주던

씨레기음식의 맛을 기억하며 마음은 고향에 가 있을것 같다

나도 한바탕 야채와의 전쟁을 벌이며

마음은 순간순간 한국에서 살던 기억속에 있었다

내 자신도 모르게 메말라진 마음속에 찾아드는 추억들로 행복했다

 

아직도 무우가 남아있다

눈을 밟으며 얼음이 서겅서겅하던 동치미국물을  퍼오던

엄마를 생각하며 내일은 마지막으로 동치미를 담글 생각이다

그리고나면 나도 이제 눈만 오면 되겠다 라고 하는것은 아닌지....

옛날 엄마가 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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