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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드라이브

오후화실 2012. 8. 15. 03:56

 

 

큰 딸이 친구를 만나러 3박4일동안 몬트리올에 다녀왔다

워터루 출신인 이 친구는  킹스턴에 있는 퀸즈대학을 졸업하고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학 치대에 합격한 High school 때부터 친한 친구이다

 9월에 시작하는 학교생활을 위해 일찌감치 베출러 아파트도 구하고

작은 가구도 사다 놓고  바쁘게 움직여 멋진 살곳을 만들었다고 한다

학부때와는 달리 주거환경이 격상하니 몇명의 친구들을 초대한것이다

 

워터루에서 몬트리올에 가려면

먼저 워터루-토론토에 가서 (2시간)

 다시 토론토- 몬트리올에 가는 (6시간)  그레이 하운드를 타야하는데

이게 주 (Province) 를 넘어가는 긴 시간이라

시간과 요금이 만만찮게 들어가는 여행길이다

좀 짠순이기질이 있는 딸아이는 가고 오는 시간을

요금이 저렴한 밤시간으로 예약을 하다보니

돌아올때 토론토에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3시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침7시에

토론토에서 워터루에 오는 그레이하운드가

있으니 그것타고 올테니까 걱정하지말라는 당부어린 말을 한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리에는-도착 새벽3시-에서 암기가 끝나버렸다

 

 

 

딸이 여행을끝내고 돌아오는 날 전화를 했다

정말 괜찮다고 끝까지 나오지 말라고 큰 소리다

워터루에서 토론토에 나오려면 어차피 엄마가 아닌

피곤한 아빠가 운전할텐데 그냥 버스타고 갈테니 푹 자라고 한다

잠깐 그래볼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밤3시에 터미널의자에 앉아있는 딸-

혹시 그 앞으로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만약 도와줄 사람도 없다면-

거기까지 생각하니 밤3시에 딸을 마중나가는것은

딸이 선택할 문제가 아닌 내 문제가 되었다

딸이야 한밤중에 나오는 부모에게 미안해서이겠지만

네가 뭐라하든 나는 가야만 하는상황인것이다

 

새벽 1시 30분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않는 남편귀에다 조용한 소리로 한 마디.

"그럼 가지말고 터미널에서 재워" 했더니

바람같은 동작으로 차 열쇠를 들고 어느새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이럴때는 한 사람을 안다는것이 무척 편리하다 *^^*

 

 

 

이 새벽 누구를 마중간다는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손님이 와도 비행기 도착시간은 10시인가 11시이니..

새벽에 하이웨이를 타는것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더구나 토론토 터미널이 다운타운에 있어

열심히 심야운전을 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한밤의 CN 타워보는것도 재미있고

불야성같은 도심지 빌딩숲을 달리는것도 재미있고

이 밤 아직도 열심히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신기하다

(워터루는 밤이 되면 캄캄하고 사람들은 잔다)ㅋㅋㅋ

 

그래도 새벽이라 밤공기가 차가운데

딸은 터미널에서 가까운 길가까지 나와 있었다

후디를 뒤집어 쓰고 가방하나 들고 서 있는 딸을 보니

 말이 그렇지 이 새벽에 길가에 서 있을때에는 저도

긴장을 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집에 오는동안 내내 딸은 고개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극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푹 아래로 꺽어져 있었다

그러더니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한 마디하고는

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주인공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아빠 엄마 안 왔으면 큰일날뻔 했어

새벽에는 터미널 잠근다는데~"

 

 

누구를 탓하랴

딸의 모습에서 30년전

바람분다고 가방하나 들고 나서고

눈 온다고 장갑끼고 목두리하고 집을 나서던

내 모습이 보이는걸- 그때 나도 그랬지

안절부절 하는 엄마 등뒤에다 '걱정도 팔자야 엄마는"

정말 이런상황에 딸은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어느새 세상은 무섭고 험한곳이 되어버렸고

이제 시작하는 딸에게  세상은 도전하고 탐험하는 미지의 세계

그 이상 이하도 아닐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는 험한 세상아닌가~ 간 큰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