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길가에서.
일주일전.
아는분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박 전도사님이 쓰러지셨대요"
박 전도사님은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계시는 우리 워터루 이웃이며
같은 교회를 섬기던 교우였고, 같은 순식구이기도 했다 한때는,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열린 선교집회에 초청연사로 오셔서
말씀도 전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지난달 간에 아주 작은 혹이 생겨 수술을 할거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갑자기 객혈을 하면서 쓰러졌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들에게 충격이었다
오래전부터 간이 좋지 않아 관리가 필요했고
특히 지난 3월부터는 검사를 다시 하며
간 이식수술을 받으면 괜찮을거라는 의사의 말에 아들의 간을 이식할려고
준비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뒤 늦게 들었지만
그래도 놀란 가슴이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고등학생인 딸이 있고 나와 나이가 같다는것 그것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일전.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세인트 마이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는 전도사님 병문안을 다녀왔다
혼수상태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석에 누워계시는 그 분은
한동안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알던
그 분인가 싶을만큼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같이 간 남편이 "전도사님" 하고 부르니 대답이 없다
혹시 귀는 열려 들을 수 있다면 감정의 변화가 있을테고
그러면 침대 머리맡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기계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눈이 아프게 기계를 쳐다 보아도
모니터에 나타나는 그래프는 똑같은 높낮이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사실.병원에 가기전
의사는 가족들에게 산소호흡기를 떼자는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기에 최악의 모습을 상상하고 갔기는 했지만
그것을 확인한다는것은 상상하고는 다른 충격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이 분을 보는 마지막이겠구나 하고 병실을 나서는데
병실벽에 붙어있는 시계가 오후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오고가고
아침을 굶은 나는 배가 고파오고 있었다
살아있는 우리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법칙에
맞추어 살아간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이미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법칙에서 벗어나
밖의 소란스러움과는 무관한 얼굴로 누워 있는 모습이
어쩌면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에서
외롭게 서성대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도사님은 무슨 생각을 혼자 하고 있을까 싶기도 했다
짧은 시간 그 분을 만나고 돌아서며
병원 1층에 있는 팀 홀튼에 들어가
그동안 끊었던 달달한 커피를 사서 마셨다
웬지 기분이 자꾸만 나빠지고 단 것이 땡겼다
여름내내 피어 있었을
이 길가의 여름들꽃이 오늘 내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살지말자, 너무 많이 욕심내면서는...
무수히 외쳐대는데도
어느날 문득 돌아보면
곧 의미없이 사라져 버릴것들에 대한
탐욕과 물욕에 대한 집착.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때야 내 삶을 한번씩 돌아다 보는 것도
내가 갖고 사는 어리석음중에 하나인것을
그리고 오늘....
전도사님이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겨진 그분의 유가족에게 마음의 안식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