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외출
<금요일저녁 아이들이 스스로 맛있는것 해먹었다며 인증샷을 남김>
토론토에 사시는 분이 뒷마당에
깻잎과 고추와 열무가 한창이라고 초대를 하셨다
뒷마당에서 삼겹살과 갈비를 구워줄테니
야채는 직접 수확해서 먹는걸로 하자고 하시면서.....
이런걸 거절하면 사람이 아닌것 같아 ㅋㅋㅋ
그래서 웬만하면 외출을 잘 하지않는 금요일저녁
눈썹을 휘날리며 남편과 둘이 토론토에 다녀왔다
우리를 초대한 토론토에 사시는 분은
유일하게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진이언니네다
이민오기전 남편이 근무하던 회사에서 다른부서에 있던
그러니까 다같이 통칭 연구원이라고 해도
쪼금 직급이 높았던 직장상사의 부인이었다 ㅋㅋㅋ
하지만 남편끼리 같은 회사에 근무했었지만 우리는 만난적은 없었다
우리가 이민온후 2년있다가 이민을 온 언니네는 회사동료중에서
우리가 이민을 갔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었다가
이민을 온 후 적극적으로 토론토 한인 주소록을 뒤져보고
캐나다 전화번호부도 찾아보고 여러 한인단체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남편은 직장문제로 사람을 만나러
토론토에서 최고 큰 교회인 영락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진이언니네는 마침 영락교회를 등록하고 일요에배를 드리러왔다가
정말 극적으로 한사람은 나가고 한 사람은 들어가는 순간에
만나게 되었다 정말 드라마처럼이다
그 이후 같은 이민자로 계급장떼고 형님처럼
언니처럼 지내온 세월이 15년이나 되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두 분이 만나고
후에 이민을 나온 다른 네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남편들은 오래전 회사이야기를 이야기하며
아직 살아계실까 싶은 옛날 상사의 부조리했던 일들을
어제 당한듯 얼굴까지 벌게지며 열을 높인다
"아 그래서 내가 이민을 왔잖아 " 하며 *^^*
남자들의 쓸데없는 호기라니.....
<요것도......>
딋마당에 앉아 모기를 쫓아가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밤이 깊어갔다
진이언니는 이 모임의 맏언니이다
한국에서 간호사였던 경력으로
캐나다에서 간호사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지금 간호사로 일을 한다
그 나이에 외국에서 전문직업인으로 일한다는것이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있다고 하며
조만간 은퇴하면 남미 코스타리카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한다
젊지는 않은 나이였지만
그래도 도전을 하여 뭔가를 새로 시작했던 언니가
은퇴이야기를 하는것을 들으니
그 많던 시간이 다 어디로 흘러갔나 싶어젔다
세탁소를 경영하시는 분도 있고. 부동산중개인을 하시는 분도 있고
아직 몇년째 이곳생활의 간만 보시는 분도 있고
가장 최근에 오신분은 캐나다우체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배우고 계신다
어쩌면 회사에서는 서로 치고 올라가야할 경쟁상대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로 서로 보듬어주는 사이가
된것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준 새로운 기회인것 같다
새벽 1시가 되어 자리들을 털고 일어나셨다
진이언니는 언제 준비했는지 쇼핑백에
유전자조작을 안했다는 검은콩이랑 마늘쫑이랑 과일까지
바리바리 여섯가정을 위해 싸 놓았다
감사한 마음이 들고 이럴때 나는 코끝이 찡한것이 있다 ^^
다들 토론토에 사시는데
한 시간 반 떨어진 워터루에 사는 우리는
남편의 생각밖의 과음에 하루밤을 자고
새벽일찍 아직 깨어 나지않은 노스욕 아침거리를 가로지르며 돌아왔다
<잘 해먹었다니 좋은데... 우리가 없어서 좋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