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
올 여름은 꼼짝없이 일만 하고 지내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도 7년째 매년 열흘정도는 집을 비우고
어디든 갔었는데 올해는 세아이 스케줄이 맞지 않아
드디어(?) 갈 수없는 이유가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내 이런날이 금방 올줄 알았습니다
집을 비우면서 늘 말했었거든요
"갈 수 없는 이유가 백가지도 더 생기기전에 가자"라고
해마다 지금쯤이면 바쁜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가는곳에 도시와 도시사이 이동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갈까..
인터넷을 뒤져가며 늦은 밤까지 열심이었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여름을 보내자니
거 참 하던짓이 있어서인지 훌쩍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가 36도라고 이아기하는데도
집에서 10분거리에 있는 St' Jacobs에 갔습니다
워터루 공기말고 낯선곳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고
낯선곳의 커피냄새도 문득 그리웠습니다
읍내에 들어가는 순간
너무 오래 들랑거려 익숙해진 풍경과
더위에 지친 무표정한 모습들의 사람들과
좌우지간 이곳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군 라는 생각에
순간 미련없이 돌아서 오던길로 나와 버렸습니다
집으로 들어가기는 그렇고
시간은 좀 남았고
갈데는 없었습니다
불쑥 문열고 찾아갈곳도
미리 약속없이 불러낼 사람도 없다는것이
새삼 이곳에 사는 나의 삶이 짠했습니다
이곳이라고 사람, 없을까요 사람 많습니다
동창회, 향우회, 한인회, 골프모임, 교회모임,속할수 있는 모임도 무지 많습니다
왜 이렇게 죽기살기로 모이는 걸까 생각하면
간단한 답 하나가 나옵니다
외로우니까요
인간이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누구도 이야기한것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성질이 있기도 하고
이 낯선곳에서 어디인가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사회적인 교류만 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지 못한
우리들의 삶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외로운채 살아갑니다
사람하나가 그리운 날입니다
유안진의 시처럼 한밤중에 고무신 거꾸로 신고
찾아갈 그런 사람같은 사람말입니다
내 이름 다정히 불러줄 사람이,
<미친년 지랄떤다> 이런말 들어도 웃을수 있는 사람이 그리운 오늘은
밖의 온도가 여전히 36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섬이 있다
나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 을 생각해 봅니다
그런 좋은 사람 하나 갖지 못했다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섬에 가지못한,
어쩌면 가지않은 나의 부족함때문이겠지요....
아니면 더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않는
관계성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