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기

오후화실 2018. 9. 25. 12:13


오후에 한 바탕 걸었다

바람이 시원했고 습도도 낮아져서 

오랜만에 걷는다는것에 대해 느긋한 마음이 들었다

불볕더위속을 걷는다거나 

습도가 높아 움직이는대로 땀샘이 막힐듯한 날씨에 

투쟁하는 마음으로 걸었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꽤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것 같다


가을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가난해졌다

사실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심정었지만

표현이 너무 진부하고 가벼워서 가난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한해한해가 그 나름 무게가 느껴진다


"두 번은 없다,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중에 일부다


반복되지 않는다

이 가을도 반복되지 않을것인데

나는 무엇을 위해 애쓰며 살것인가

걸으며 생각해 봤다

누군가 그랬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게 인생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빈손이면 안된다고 


반복되지 않는다고 해서

늘 축제같은 삶을 살수는 없다

인생이 어디 단발성이벤트 같을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처럼 살일이다

그 날이 그날같아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다른 마음으로 살아갈일이다


                                                       2016년 11월 아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