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인터뷰
지난 가을 대학을 졸업한 딸아이가 같은 도시에 있는 곳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딸이 희망하는 직장은 아니었지만
졸업하고 나서 지 나름 좋은직장을 잡는동안의 공백이 싫어
용돈이나 벌자는 기대없는 마음으로 선택한 이 곳이 생각보다 여러가지
조건이 좋아 머무르며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내고 있었습니다
딸의 첫번째 직장조건은 토론토의 입성이었습니다
워터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런던에서 대학을 마쳤으니
ㅋ,시골아가씨인 딸은 토론토에 대해 무한관심이 생겨났나 봅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취업을 하려면 대도시로 가기마련인데
딸은 마음을 먼저 토론토로 보내 놓고는 런던의 생활을 많이 지루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직장에서 인터뷰요청이 왔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의 설레임과 떨림이 그대로 나에게도 전달이 될만큼
딸은 흥분하였고 하루 휴가를 내고 인터뷰를 하러 토론토에 다녀왔습니다
워터루 컨츄리걸이 인터뷰시간에 혹시 늦을까봐 서두르다보니
인터뷰시간보다 한 시간정도 먼저 도착하게 되었고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을 함께 견디며 한시간 동안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메세지를 딸로부터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다녀온 딸의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두어시간정도 했다는 인터뷰에 만족할만한 답변을 못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한번의 인터뷰에 턱 하고 붙기를 원하는것은 욕심이야
라고 농담을 했더니 딸이 꽤 심각한 얼굴로 묻습니다
" 엄마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누군지 잘 몰라"
이건 뭐지............
딸이 인터뷰동안 받았던 질문들을 파일에 저장해 다시 읽어봅니다
왜 이일을 원하는지에 대해
자신을 위해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전공과는 무관한, 또 열심히 예쁘게 꾸미고 간 부분에 대해
아무런 효과도 발휘못한, 그 모든것이
딸이 생각하는 인터뷰에서 한참 빗겨나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질문은 자신을 향한 질문이었고
늘 자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답은 글쎄요라고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며칠후 런던으로 돌아가 일을 하던 딸이 쉬어아겠다는 말과함께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가겠노라는 말을 했습니다
왜 자기는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지 않으면 직장을 다녀도 즐겁지 않을것 같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딸은 태어났으니 사는....
그저 학교가고 졸업했으니 직장을가고
그런 이 세상의 법칙대로 살아가는것에 대한 항변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난 두손들어 딸을 응원했습니다
그래 느끼면서 살거라 딸아......
딸이 태어나고 이제까지 어쩌면 나역시 딸에게
때맞추어 걷고 때맞추어 공부하고 때맞추어 졸업하고
때맞추어 직장가져 때맞추어 결혼까지 하는걸
내가 생각하는 기쁨으로 여겨 은근 딸에게 그런 삶을
요구하지 않았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말입니다
부모가 주는 안락함을 빌미로...
부모가 제공하는 안락함과 편안함의 울타리를 깨 부수고
딸이 자신의 삶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딸의 말대로 자신을 알면 자신의 길도 찾아가겠지요
짧은 여행이겠지만 딸에게는 일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귀한 시간이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