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겨울의 서곡

오후화실 2014. 11. 7. 04:50

 

어느새 훌쩍 11월이 되었습니다

마마 호환보다 더 무섭다는 캐나다의 겨울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며칠전 그 서곡을 알리는 싸락눈이 한번 슬쩍 뿌려졌었고 

그런가 싶어질때면 간간히 너무 좋은 날씨도 섞여있어 

감정조절이 힘든 11월입니다 히~


요 며칠 책가게인 챕터스에 자주 나가 어슬렁거렸습니다

거기가면 정말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와 문맹의 답답함을 몸으로 

체험되게 하는 곳이라 기분이 맞지않을땐 피해야 하는 곳이지만 뭐~~


쌀쌀함이 묻어나는 이런 날씨에는 같은 공간에 있는

스타벅스의 은은한 커피향기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이고

아직 두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지만 발 빠른 상술로

자잘한 소품들이 벌써 선보이는 코너에 가서 눈으로 훓어보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젖어 보는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코너에도 기웃거려보고 픽션코너에도 가 보지만  

나의 한계가 정확한 영어로 인해 정보로만 대충 둘러보고는

그나마 내가 그중 제일 시간을 보내는 코너인 

클래식북들이 있는 코너로 가 봅니다 


이미 읽어본적이 있는 책의 영어판은 나에게 밝은 광명을 선사하고

스스로 해석을 해 가며 영어판을 뒤적거려 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시집 두권을 골랐습니다

T. S 엘리엇과 로버트 프로스트, 두 시인의 책입니다

영어를 전공하는 딸에게는 엘리엇을

11학년인 막내에게는 로버트 프로스트를 줄것입니다

2014년 가을이 가는것을 기념하기위해서라고 

몇줄 서서 딸들에게 준다면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겠지만 것도 뭐~



겨울이 오려한다거나 깊은 겨울이 왔을때면

늘 머리속으로 한번씩 기억나던 시가 있는데

로버트 프로스트의 <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입니다


이 숲이 누구의 숲인지 알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인

자기 숲을 보고있음을 알지 못하리라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사이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것을 이상히 여길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된것이 아니냐는 듯

말은 방울을 한번 흔들어 댄다

방울 소리와 함께 바람 스치는 소리

그리고 부드럽게 눈 쌓이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잠 들기 전에 수 십마일을 더 가야만 한다

잠 들기 전에 수 십마일을 더 가야만 한다


겨울이 소리없이 옆구리까지 와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그림같은 이 시가 겨울을 

그리 보내기 힘든 계절만은 아니라는 힘을 받곤 했는데

막내도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울을 그리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둘째에게 주고싶은 T,S 엘리엇은 사실 어렵습니다

황무지라는 시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유행어같은 싯귀를 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긴 시입니다

적어도 영어를 공부한다면 엘리엇정도는 읽어야하지 않을까라는

극히 허영섞인 음모가 섞인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책 두권을 들고 나오는 내 발걸음이 신납니다


그래 11월이라 그래 ...





2014년 10월 23일 큰딸의 졸업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