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를 추억하며..
임직순 < 여인 좌상>
한국에 사시던 이모가 돌어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연세가 이미 80이 넘으셨고 작년에는 치매 3급판정을 받으셔서
모두가 말은 안했지만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란걸 알고는 있었다
이모의 죽음을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나나 차분해져서
그냥 어디 나들이정도 간것같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나와 살면서 내 부모가 아닌 이모라던가 고모, 혹은 외숙모 큰어머니들의
부고소식은 잠깐 숙연해지긴 해도 오랫동안 가슴에 두고 슬퍼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하지만 이모는 한때 친구의 시어머니이기도 했었던 만큼
다른 이모들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이모와 조카로 지냈다
사촌오빠의 사고로 곧 고부관계였던 관계는 끝이 나 버렸지만...
거짓말하는것을 너무 싫어해 사업하던 남편과 이혼도 할수 있는 여자였고
진실앞에서는 내 가진 모든것을 다 열어보이는 여자
그래서 진실을 위장한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당하고도
끝까지 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여자
나이 60이 다 되어서도 하이힐을 포기못하고
가을이 되면 스카프쓰고 지리산언저리 낙엽구경을 하고
싶어하던 동심과 여심을 나에게 보여주던 그런이모와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한국에 살때 이야기였었고
나는 내 인생이 AD와 BC로 나뉘어지는 인류역사처럼
항상 Before Canada 와After canada로 나뉘어져서 이모와의 추억도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끊이지 않고 이모소식을 들어서 항상 어떻게 지내시지는 알았지만
그것은 신문에 나오는 뉴스같은 것처럼 머리로만 이해할뿐
20년전 내가 보았던 이모의 마지막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이모였다
이모와 부딪쳤던 기억이나 내 이름을 살갑게 부르던 목소리
내친구인 며느리의 흉을 보시며 즐거워하던 장난스런 모습등은
시간이 흐른만큼 이미 내 마음에서 기억에서조차도 희미해진 채였다
화가 임직순
친구에게 알고는 있으라며 소식을 전했다
친구역시 많이 놀라거나 슬퍼하지는 않았지만 쓸쓸해 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은 무상이며 무아이고
한시도 그대로 머물러 있는것은 없으며 살아있는 모든것은
시간에 따라 생성되었다 소멸할뿐이다라고 제법 불자다운 말을 했다
각각의 종교에 따라 죽음을 받아 들이는 모습도 다양하다
기독교인들은 천국을 가니 장례식장은
작은 환송파티처럼 기뻐할일이지 슬퍼할일은 아니라고 한다
불교는 법정스님의 표현처럼 생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는것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져가는 자연현상으로 애닳아 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어떠한가...
어느 고명한 스님이 어머니가 돌아가신걸 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니 스님은 어찌 그리 슬퍼하시냐고
제자들이 그를 의심하며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노스님은 이것은 내 눈이 다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지 못한것에 대한 눈물이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
천국을 가셨는지 한 조각 티끌이 되어 우주 너머로 사라지셨는지
내 머리로는 알 수 없지만 다시는 살아서 이모와 조카로
오손도손 이야기할수 없음에 눈물이 흐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