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섬 - 장 그르니에

오후화실 2014. 5. 9. 10:34

 

한가한 시간에 읽을만 한것이 필요할때도 그렇고

가끔은 사람들속에서도 알수없는 고독감에 시달릴때도 그렇고

일상의 진부함에 함몰되어  현실에서는 할수 없는

어딘가로 상상속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때,그럴때면

나는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고 싶어한다는것을 느꼈다

나에게 나즉나즉 삶의 의미를 일러주는 아주 다정한 사람처럼

<섬>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번씩이나 해 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 보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비밀"을 고이 간직할수 있을것이다>

 

그 비밀이 무엇인가

 

 

 

 

 

 저자   장 그르니에(1898년~ 1971년)

 

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작가이며 철학자이다

젊은시절의 알베르 카뮈에게 큰 영향을 주어 카뮈의 스승이라고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태어나 북부 브르타뉴지방에서 성장했다

프랑스 문학평론지인 <NRF> 지에 기고하면서 집필활동을 시작했고 알제 대학교에서 철학교수를 지냈다

1968년 국가에서 수여하는 문학대상을 받았다

섬 이외에도 <알베르카뮈를 추억하며> <어느개의 죽음>등 30여권의 철학서와 에세이집이 있다

 

<섬>에 부쳐서 -알베르 카뮈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 나는 스무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이외에는 비길만한것이 없을것이다

 

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얻는 위대한 계시란 매우 드문것이어서 기껏해야 한두 번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시는 행운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다 살려는 열정, 알려는 열정에 북받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와 비슷한 계시를 제공하리라는것을 알수 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 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 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 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차례

 

공의 매혹   25

고양이 믈루   37

케르 겔렌군도   77

행운의 섬들   95

부활의 섬   111

상상의 인도   129

사라져버린 날들   165

보로메의 섬들   173

 

 

공의 유혹-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상의 헛됨을 말해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을 체험했으니 말이다>

이것이 그르니에가 말하는 공의 매혹이다

1900년대 프랑스 철학의 충심을 이루던 살존주의와 동양의 종교, 측히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사상이다

<가장 좋은것도 없고 가장 나쁜것도 없다 이때에 좋은것이 있고 저때에 좋은것이 있다

앞으로 다가서면서도 뒤로 물러나는것. 문득 공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 앉는것>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느껴야할 눈에 보이는 세계의 자연 그대로의 현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케르겔렌군도- <인간의 정신과 시간사이에는 견디기 어려운 관걔가 맺어져 있다

청춘, 자유, 사랑,......이라는 말을 들을때면  항상 스탕달이 생 피에르 인 몬토리오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풍경을 눈앞에 두고 썼다는 다음과 같은 짤막한 말이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오늘 내 나이 쉰살이 되었다> 이야기를 더 계속하지 말자

또 파스칼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행운의 섬들-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 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연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중에서도 가장 참된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 놀라듯이 어떤 낯선 도시를 두고 깜짝 놀랄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

  

 부활의 섬은 죽음을 앞 둔 백정의 이야기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이긴 같은 때에  같이 오는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이제 곧 죽게 될 사람들을 정면으로 똑바로 볼 수 있게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렇게 될 사람들 중의 하나이니까.>

간장병에 걸려 걷 죽게 될 백정이 삶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겪는 분노와 후회

그리고 그것을 침묵으로 수용하기까지 겪는것은 철저한 고독이다

도데체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그가 묻는다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난 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스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격리된다 Isoie>--섬 Ile 의 어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혼자뿐인 >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인간들

여러가지 여행기 책중에서......

 

상상의 인도-

사라져 버린 날들

보로메의 섬들 -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섬이 될것이다

그리도 갸날프게 그리도 인간적으로 보호해 주는 마른 돌담 하나만으로도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것이고

어느 농가의 문턱에 선 드 그루의 시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주기에 족할것이니.......

한번의 악수, 어떤 총명의 표시, 어떤 눈길.....이런것들이 바로.........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나의 보로메 섬들일테니.

 

섬은 대충 이러하다

니체의 니힐리즘과는 다른 인간실존에 대한 성찰과 인간삶의

허무함이 전체적인 중심사상이다

거창한 그 무언가가 우리 인생에 있는것이 아닌 일상의 날들속에

우리들의 생에 대한 의미와 기쁨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한번씩 이 책을 읽을때마다 지금 내가 보내는 시간들의 귀중함에 대한

인식이 더해지니 나는 무료하다 싶으면 약 한봉지 처방을 받듯이 섬을 손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