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간단하게

드라마 <Nine>을 보고

오후화실 2013. 4. 27. 12:12

 

어쩌다 보게 된 드라마 <나인> 에 요즈음 완전 낚여 버렸다

네팔 어쩌구 저쩌구 하길래 그냥 무심히 화면을 구경하다가

그만 드라마속으로 빠져 월요일은 약속이 있는것처럼 기다리게 되었다

 

<아홉번의 시간여행> 이라는 부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동양철학의 불완전한 숫자 9를 표현하는것 같기도 하고

향을 한번 피울때마다 20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판타지로만 여기기에는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것 같아 한국드라마코드의 상식이 되어버린

출생의 비밀도 아니고 시한부생명도 아닌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이 드라마를 쓴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오 마이~ 이제 40살된 여작가였다

                                 

드라마 내용이 허술함이 없고 작가의 의도도 보이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고

이 내용을 쓴 작가는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궁금하고

종교는 있는지 있다면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상황까지 관심이 있는것을 우리들은 팬이라 부르지 않나? ㅋㅋㅋ

 

선우라는 주인공은 히말라야 산정상에서 조난사고로 인한

형의 죽음을 통해 우연히 아홉개의 향을 가지게 된다

그 향을 피우면 과거로 돌아간다는것을 알게 된 선우는

형을 살리기 위해 형이 죽지 않을수도 있었을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형의 미래를 바꾸는 일들을 행하게 되고

형은 다시 살아나 현재의 시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건 분명히 환타지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것은 분명히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로 돌아가 죽은 형을 살려낸 선우는 죽은 형이 살았던 삶과

 과거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형이 살고있는 또 다른 삶이 빚어내는 것들을 본다

같은 사람이 살았었고 또 살고있는 2종류의 삶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던  관계들을 허물어 트리고

그들의 기억의 선들은 온통 혼선 뿐이다  

형을 살려낸 선우는 그 대가로 현재의 시간에서 고통을 겪게된다

 

주인공인 선우가 향을 피우고 과거로 돌아가 머무는 시간은 30분이다

그 30분안에 바꾸어 버릴수 있는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이

나에게는 참을수 없는 삶의 가벼움에 대한 혼란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한 사람의 삶은 정말 예정된 그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걸까

아니면 순수하게 내 의지대로 살아낸 흔적일까

 

 나도 내 인생에서 한번쯤

돌려보고 싶은 때가 있다면 언제일까 라는 생각과

그때 그것을 선택하지않고 그 옆에 다른것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라는 공상을 하기도 해 보았다

 

그리이스신화에서 시간의 신을 크로노스(Chronos)라고 한다

태초의 혼돈 카오스(Chaos)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가 태어났고

가이아는 수면상태에서 홀로 아들을 잉태하여

그리이스말로 하늘을 뜻하는 우라노스(Uranus)를 낳았다

 

대지의 어머니인 가이아와 하늘신인 우라노스는

부부가 되어 12명의 생명을 탄생시켰는데 아들들이

흉칙하게 생겼다고, 혹은 말썽을 피운다고 우라노스는

무한지옥인 지하세계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감금시켜버렸다

이에 화가 난 가이아는 아들들에게 우라노스를 제거하라고

명령을 하고 이에 막내아들인 크로노스는 아버지를 거세를 한다

거세를 하여 어버지인 우라노스를 바다에 던져 버릴때

크로노스도 역시 네 자식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저주의 말을 듣게 된다

 

 

                                              조르주 바사리 <우라노스를 거세하는 크로노스>

 

누이동생인 레아와 부부가 된 크로노스는  이 저주의 말이 두려워

레아가 자식을 낳을때마다 잡아 먹어 버렸다

자식을 잃은 고통에 시달리던 레아는 여섯번째아이를 낳자

돌멩이를 보자기에 둘둘 말아 크로노스에게 주고

아이는 살아남는데 그가 신들과 인간의 신인 제우스신이다

 제우스신은 후에 크로노스뱃속에 있는 형제들을 모두 토해내게 하고

힘을 합쳐 아버지의 형제들인 티탄족을 정복하여

모두 지하세계인 타르타로스에 감금시켜버렸다

 

 

 루벤스 < 아들을 잡아 먹는 크로노스>

 

타르타로스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시간만이 흐르는 곳이다

우리가 시간의 신이라고 부르는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켜버린 의미는

시간은 우리에게서 모든것을 다 빼앗아버린다는 말이라고 할수 있다

 

그리이스신화에는 또 하나의 시간의 신이 나온다

제우스아들인 카이로스도 역시 시간의 신인데 기회의 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로노스가 절대적인 시간의 신이라면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내가 거역할수 없는 물리적인 시간의신인 크로노스에 비해

키로노스는 내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용하게 이용할수 있는 시간의 의미이다

 

드라마 나인을 보며 내가 공상하는 20년전 어느날의 시간은

그런의미에서 키로노스의 시간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런 의미의 시간은 지금 오늘 이 순간에도 작용을 할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