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래 걷자

오후화실 2013. 4. 7. 04:19

 

요즈음 밤이고 낮이고 잠깐씩이긴 하지만 동네길을 걷는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들 운동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상의 여가시간은 무조건 운동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것 같다

동네에 있는 YMCA 짐에도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걸 보아도 그렇고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어딘가를 가는것 부터 시작해서

운동기구에서  멍하니 <아! 물론 음악도 듣고 TV도 보겠지만>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고 끝나고는 샤워까지 해야하는 그 일은

사실 나에게는 지루하기 이를데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더러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가방을 들고 짐으로 가는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한다

 

작년에 훼미리닥터가 건강을 위해 나에게 운동을 권하면서

했던 말은 꼭 돈을 주고 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자기가 말하는 운동이란 몸을 많이 움직이란 말이라고 했다

She so cool!

 

청소도 좋고 걷기도 좋고 좌우지간 무엇을 하든

지속적으로  몸 놀림을 많이 하라고만 했다

하지만 멀쩡하니 가만히 있는 몸을 매시간 놀리는것도

쉬운것은 아니고 마침 집 지하실에 운동기구가 있어서

적어도 일주일에 두번정도는 내가 꼭 운동을 하리라 다짐을 하고

어느날 시작을 했는데

 웬걸, 운동을 하고 5분쯤 되니 왜 이렇게 지상의 일들이 궁금해 지는지

 

오븐도 켜 놓은것 같고, 그동안 미루고 있던 안부전화를

지금 갑자기 해야할것 같은 초조함이 밀려오고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위층에서 있을것만 같은 불안감과 함께

이건 뭐~ 마음속이 복잡해지면서 스트레스가 급상승했다

건강하자고 운동하는데 운동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구~

 

그다음 시도해 본것이 청소였다

그래 이참에 내가 주부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지

하고 시작했는데 이것은 운동의 범주를 벗어나 거의 중노동에 가까웠다

평소에도 하기 싫으면 적당히 밀어두고 살던 내가

보통으로만 해도 힘겨운 일인데 주부의 경지를 논하려 하니 쯧쯧쯧

 

그다음은 걸었다.....  걷고 또 걸어보았다

그런데 걷는다는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긴 이것까지 나쁘면 사람이 아닌 관계로>

날씨가 추워 나가기 싫다거나 귀찮다 싶은것은 있었지만

나가서 걸을때 걷는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내가 걸을때마다 바뀌는 주변 풍경에 마음도 지루하지 않고

밤이면 밤대로 낮이면 낮대로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혼자

상상하는 사람들의 일들이 하릴없이 걷는 작업을 무료하지 않게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꼭 걸어야한다는 목적을 두지않아도

그저 바깥을 어슬렁거리기에 좋은 날씨가 아닌가^^

아직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쌀쌀하다 싶지만

곧  어느 집 화단에는 잘 가꾸어진 수선화도 필것이고...

 

마음이 편안해서 걷는것이 안 부담스러운지

걷는것이 안 부담스러워서 마음이 편안한건지

 알수는 없지만서두 당분간 나는 걸을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는 일은 현명한 일이 아닌것 같다

세계적인 장수촌 마을이라고 하는곳에는

첫째 짐이 없다 ㅋㅋㅋ

하지만 사실이다

 

그들이 말하는 장수비결은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것이라고 한다

시계도 보지 않고 늦게까지 놀다가 늦잠도 자고

내가 즐거울수 있는 일을 하라는것이겠다 운동까지 포함해서

 

나처럼 운동을 혹시 숙제 해야하는 학생처럼 생각했다면

한번쯤은 재고해 볼일이다 아! 몸짱을 원하는 사람은 예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