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날개
지난 성탄절날 캐나다 대학에 유학중인 조카가
이상을 좋아한다면서 이상의 날개을 나에게 선물 해 주었다
아마 선물 받지 않았으면 다시한번 읽어볼 생각은 안 했을것 같은
오래전 국어시간에나 존재했던 이상의 단편들을 읽으며
일제 강점기에서 모던 보이로 살았던 이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수 있어서 좋았다
이쁜 짜아식~ ㅋㅋㅋ
<날개>는 1936년 이상의 나이 27세 되던해 발표하여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오르게 한 단편소설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삼십삼번지, 한번지에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져있고
각 가구마다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은 사람들이 사는, 이른바 유곽이다
내 아내 연심이는 그 한가구를 차지하고 있는 꽃이며
나는 그 꽃에 매달려 사는 형언할수없이 거북살스러운 존재-나다
18가구에서 일곱번째인 이 방은 -집이 아니다-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해가 드는 아랫방은 아내의 방이고
햇빛 하나 없는 윗방은 나의 방이다
아내의 방은 화려하고 밤이면 외출을 한다
나는 컴컴한 방에서 낮잠을 자고 아내가 주는 밥을 먹으며
아내에게는 왜 돈을 주고 가는 내객이 많은지
난 알지도 모른채 살아간다
소설속의 내가 표현하는 아내와 나의 관계이다
그렇게 살고있는 나는 도스트예프스키를 알고 빅토르 위고의
빵 한조각의 의미와 프랑스 혁명을 아는 지식인이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나는
경제활동을 하는 아내에게 빌붙어 스스로
감금당한 모습으로 사육되어지는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아내가 내객과 밤 외출을 한 날 나도 외출을 한다
아내가 가끔씩 쥐어주던 동전을 모은 돈 5원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내객들이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는것이나
아내가 나에게 돈을 놓고 가는 일종의 쾌감이 궁금해져서였다
그런 나는 밤이 이슥하도록 거리를 헤메이지만
돈을 쓸 엄두도 나지 않았으며
돈을 쓰는 기능을 상실해 버린것 같은 마음이다
어느 날 외출을 나갔다 돌아온 늦은 밤
비를 맞은 탓에 거의 한달을 혼절하다시피 지낸다
아내는 아스피린이라며 약을 챙겨주었는데
아내가 외출한날 아내의 방에서 아스피린과 똑같은 모양의
최면제 아달린 약갑을 발견한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고 시작하여
정오 싸이렌이 울리는 한낮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피곤한 생활이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느적거리는 혼탁한 회색의 거리를 보며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하는 나의 말로 끝이 난다
이상의 소설은 거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다
<날개>에서 매춘을 업으로 하는 아내 연심은
실제 이상의 연인 이었던 기생 금홍의 본명이다
" 스물 세살이오- 3월이오-각혈이다-
라고 시작하는 단편 <봉별기>에서 이상은 자신이
결핵으로 인해 요양삼아 떠난 배천온천에서
술집작부였던 금홍을 만나 동거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금홍과 서울로 돌아온 이상은 다방 <제비>를 개업하였다가
파산을 하였고 카페 쓰루(학), 69, 무기,등의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날개를 발표하던 1936년 모던 걸인 변동림(1916년~ 2004년)과 결혼을 하였고
10월에 동경으로 갔다가 이듬해 4월에 이상나이 28세,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결핵인 병의 악화로 생을 마감했다
<12월 12일> <공포의 기록> <봉별기> <지주회시> 등 단편들이 있다
화가 자신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생금홍을 그렸을거라는 추측이다
구본웅 <친구의 초상-이상>- 캔버스에 유채 1935년- 국립미술관소장
화가 이승만이 그린 이상과 구본웅 종이에 펜
이상의 친구중에 어릴때 사고로 꼽추가 된 구본웅이라는 화가가 있었다
어려서 같은 동네에 살았고 신명초등학교 동기동창이었다
이상이 결혼한 변동림은 구본웅의 새어머니의 여동생이어서
구본웅에게 있어 변동림은 이모인 동시에 친구의 처이기도 하였다
변동림은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여전 영문과를 중퇴한
당시 유행하던 자유연애를 선봉한 모던걸이었다
병이 깊어 얼마 살지 못할거를 알면서도
이상을 사랑한 변동림은 1936년 6월 결혼을 했다
이듬해 4월 이상이 죽자 21세에 청상과부가 된 변동림은
이상의 유골을 가지고 현해탄을 건너와 미아리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그 이후 변동림은 7년의 시간이 지난뒤
근대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수화 김환기화백과 사랑을 하고 자식이 셋있음에도
둘은 동거를 시작했으며 후에 김환기화백은 본부인과 이혼을 한다
-모던보이 이상-
이상의 문학은 하나의 가능성 그 자체이다
그의 문학은 우리의 모더니즘 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띄고 있다
그는 작가적 치열성을 통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여
우리의 모더니즘 문학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 문학을 심화 발전 시켰다
게다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을 서구의 박래품으로만 여기는데
이상은 이미 오래전에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를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의 징후 내지 가능성을 내 보였던것이다-김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