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예찬
현미식을 하고 난후에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고 말을 한다
"내가?" 하고 거울 보니 조금 그렇긴한데 보이지 않았던
팔자 주름이 보이고 전체적으로 탄력이 없어 보인다
어떤 분이 친절하게
"나이들어 살 빠지면 얼굴만 빠져. 늙어보이고......"
"알아 알아 나도 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얼굴만 빠진것은 아니라고~ .....뱃살도 쫌 빠졌다고" ^^
살이 빠졌다는말은 결국 늙어보인다는 말인가
젊었을때 그 말은 예뻐 보인다는 말이었는데...
기력도 예전만 못한게 확실하고
무엇보다도 첫째, 기력이 떨어지니 매사에 의욕이 나질 않는다
한달전에는 가슴 주변에 아주 작은 혹이 생겨 제거하기도 했고
3주뒤에는 위내시경 예약도 되어 있다
1년전만 해도 건강에 대하여 거침이 없었다
누가 병원에 간다고 하면 거기가 뭐하는곳이냐고 했었고
내 훼밀리 닥터는 얼굴도 모른채 살았었다
올해 들어 부쩍 잦아진 병원출입과 늘 먹는것까지
신경써야하는것에 대해 날을 세웠더니
주변에서는 늙느라고 그런다고 위로? 를 한다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에 어느날 부쩍 크느라고 성장통을 앓듯
중년이 되면 늙느라고 그렇게 자질구레하게 아픈거라고 .....
사람은 한번에 바로 죽는것이 아니다
기능이 조금씩 조금씩 죽어 가는것이다
그것은 건강과의 결별이기도 하다
결별에 익숙해 지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늘 결별에는 마음이 죄어드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중년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들은 항상
잃어버리는것에 대한 준비를 게속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잃어버리는것에 대한 준비란 준비해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것이 아니다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받아 들일수 있는
마음의 태세를 늘 갖추고 있는것을 의미한다
소노 아야코-마흔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
시간 앞에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건가 싶어진다
정말 다시는 내 앞에 청춘, 젊음, 사랑, 이란 말은
필요하지 않은 죽어버린 말이 되어졌을까
아직도 나는 나인것 같은데.....
이젠 정말 많은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간이다
그것이 어디 건강뿐이겠는가
중년의 시간으로 옮겨 가기위해서<진즉 옮겨갔지만>
버려야 하는 많은 젊은 날들의 익숙한 것들..
하지만 비워 볼일이다
비워야 채워지듯 비우고 나면
또 하나의 나이테가 그어진 만큼의
새로운 삶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느껴 볼일이다
젊은 날의 열정대신 여유와 넉넉함으로
고뇌와 패기대신 순종과 부드러움으로 살아볼일이다
비록 육체는 점점 시드는 꽃처럼 쇠잔해져 가겠지만
그 속에 또 하나 성숙해져 가는 나를 발견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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