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화실 2012. 12. 3. 12:47

 

12월의 첫날아침 눈꽃이 활짝 피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생기지 않을수 없는 이 아침에 

아침밥을 짓는 대신 자박자박 숲속으로 걸어 들어 갔다


 

눈꽃을 피운 집앞의 나무가 참 이쁘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중에 하나는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것도 포함해서 일것이다

사람들 속을 벗어날때라야  한번씩  철이 바뀌면 옷장 정리하듯 

살면서 받은 상처는 털어내고 감사할건 감사하고

잊고 살았던 것은 꺼내어 새롭게 부딪혀 살아보자하고 다짐도 해 보고는 하게 된다





 


아~ 우체통! 온통 무색인 세상에 홀로 색을 지닌 우체통...

역시 애들 말대로 튀어야 사나? 오늘 유난히 눈을 끈다 

나는 우표가 붙은 편지를 기억하는 편지세대이다

편지로 사람들과 정을 나누던 기억은 내 마음 어느 한구석에 꽈리를 틀고 있는지

우체통을 보면 잃어버린 첫 사랑이 돌아올것 같은 아련함? 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제는 세금고지서만을 건네주는데도 제복입은 배달부아자씨를 보면 큰 소리로 " Thank you" 가 절로 나온다 ^^


 

나뭇가지를 흰 눈으로 조그만 틈새 하나없이 감아버렸다

이 사진을 보고 좀 촌스런 노래방사진 같다고 했다 막내가....

너무 완벽하면 인위적인 냄새가 나긴한다


 

산책하기 좋은 토요일 아침인데 아무 인기척이 나질 않는다

눈이 내린 길위에 찍힌 발자욱을 보면 누군가 벌써 다녀간것 같은데 

지금 내가 느끼는 한도내에서는 완벽하게 혼자인것 같다 월든 호숫가의 소로우처럼...^^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바를 내가 배울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어느해인가 이 숲을 뒷마당으로 소유하고 싶어 부동산중개인을 만나고 다닌적이 있었다

"집을 마련하고 나서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된것이 아니라

실은 더 가난하게 되었는지 모르며 그가 집을 소유한것이 아니라 집이 그를 소유하게 되었는지 모른다"<월든>

소로우의 말을 빌어 그래 열발자욱 걸어 숲으로 가자! 그리고 이웃들과 더불어 공유하자

 하며 포기한 기념으로 아이들과 여행을 떠났었다

결국 살고 있는 집을 팔면서까지 뒷마당으로 숲을 원한것은 욕심이었고

정말 그로인해 내가 지불하여할 댓가가 너무 큰것 이었기에 그때 욕심을 버린것은 

지금 자다가 생각해도 그것은 너무 잘한 일이었던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사고 싶을때면 이것이 정말 꼭 필요한가 라고

한번씩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갑자기 알뜰해져서 인것은 아니고 환경보호차원에서도 아니고

나이가 먹으니 다만 뭘 많이 갖고 사는것이 머리가 무거워져서 인것 같다

가구가 많이 있는것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해서 지하실에 있던 오래된 

6 인용 식탁세트를 집 앞에 내 놓았더니 다음 날 아침 누군가가 가져가고 없었다

가져간 사람에게 감사함이 생겼다

내가 필요없는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필요하다는것을 알게되니 

내가 오래되었다고 푸대접하는 물건들에 대해 미안함이 느껴졌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를 외친 소로우 외침을 생각하며

언젠가 우리도 가져갈것 하나없이 저 자연으로 돌아갈것을 알기에

이 아침 아직도 가진것이 너무 많다는것을 생각해 본다


 

 

 


 

 

혼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서 얘가 튀어 나왔다



2 마리의 개와 세사람이 산책중이다

개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 다닌다   왜 안그러겠어?


 

눈꽃이 핀 완벽한 겨울의 아침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