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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야기

오후화실 2012. 11. 9. 22:32


둘째는 워터루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 2학년생이다


어렸을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따뜻한 핫쵸코를 마시며 영화보는것을 좋아하고 

스탠드밑에서 담요 덮고 책보는것을 즐기던 아이였다


여름이면 시원한 지하실에서

겨울이면 따뜻한 지하실에서

고등학생이 되었을때에도  새로 출시되는

만화영화란 만화영화는 무조건 보고야 마는 애니메이션 광팬이었다

월트 디즈니, 드림윅스, 픽사  3사에서 쏟아지는 

그 많은 에니메이션을 다 보았으니.....


정말 광팬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13학년이 끝나고 대학을 가려할때 둘째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미술대학을 가고싶다고 하였다

미술대학을 가려면 지원하기전에 이미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심경의 변화로 불쑥그 말을 하였는지 

내 자식이니 알것도 같았지만 너무 늦었다는것을 

우리 다 느꼈기에 결국 워터루대학 Art& Business 를 결정했고 1학년을 마쳤다


바람은 잠자고 있었을뿐 사라진것은 아니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둘째가 조용히 속내를 이야기했다

"안 되겠어 엄마, 나 미술대학으로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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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 둘째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한다

 

 

 

이럴때 나는 차암 그렇다

차라리 현실적으로 "안돼"를 부르짖든지.

아니면 쿨하게 "하고 싶은것을 해야지" 라든지

색깔이 분명하면 좋겠는데 머리로는 얼마든지

네가 원하는것을 하라고 말해야지 하는데

입으로 나오는 말은 꿈과 현실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그럴때면 첫째가 넌즈시 나에게 안된다는 말은 하지말라는 충고를 해 온다

나도 안된다는 말을 하는것이 아니고 원래 그런쪽의 영역에서 살아 남는다는것이

힘들기 때문에 걱정하는것 뿐인데 그게 말리는것처럼 들리는것 같다

 

캐나다내 대학중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학교로

워터루 공대를 이야기하지만 국내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는것은 Co-op이라는 프로그램때문이기도 하다

co-op은 학교를 다니며 일을 할수있는 제도이다

1학년이 끝나면 2학년부터 4개월단위로 학기하나 끝나고

4개월 회사인턴사원으로 일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이며

이 프로그램을 하기위해서는 일단 성적도 중요하고

대학에 머무르는 시간도 4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둘째는 어제 학교에서 그 프로그램을 취소하겠다는 싸인을 하고 왔다

지금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다시 미술을 하겠다는 우리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지금부터 할수 있는한 빨리 크레딧을 따고 졸업을 하겠다고 한다

 

  

둘째는 영화감독 팀 버튼을 아주 좋아한다  

디즈니사에서 에니메이터로 일을 할때 만든 애니메이션도 좋아하지만

 팀버튼이 만든 영화중에 죠니뎁과 만든<가위손> <챨리와 초코렛>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은 둘째가 꼽는 영화의 고전이다

기괴하고 요상하면서도 영화속에 휴머니티가 있는

팀 버튼의 창의성을 좋아한다

 


나는 둘째가 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하여 간단히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혹은 이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들어갈

시간과 물질이 아까울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정말로

둘째의 인생길에 뭘 잃어버린것은 없지 않겠는가

 

하고 싶은것을 해야한다고 딸들에게 말해놓고

둘째의 선언에 슬쩍 흔들리는것은

아마도 내가 살아온 시대가 먹고 사는 문제에

너무나 깊게 결부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인것 같다

 

둘째는 자신만이, 자신이기때문에 할수 있는일을 하려고 한다

젊은 시절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얻을수 있는

많은 것들을 부모라도, 그 누구라도 간섭하여 빼앗을 권리는 없다


둘째가 나중에 내 나이만큼 되었을때

이 일이  젊은 날에 빛나는 열정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둘째가 최고로 뽑은 팀 버튼의 에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