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머니~

오후화실 2012. 10. 3. 06:30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년~ 1903년>의

                                              <회색과 흑색의 배열 1번> 혹은 <화가의 어머니>   오르세미술관

 

"할머니~"

"헐, 쩝," *^^*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동안 조카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학교를 다닌다

그런줄은 알고 있었다.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늘 조카들의 안부도 듣게 되니까.

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만 듣는 나에게 그들의 존재는

조카조차도 가상의 세계속에 인물처럼 내 머리속에 있을뿐이었다

얼마전 언니와 내가 Skype 를 하게 되면서

가끔씩 조카들이 가족들과 친정을 오면 언니는

" 야 나와 Skype 하면서 얼굴 보자 "하며 전화를 하고

 이제는 영상으로 조카도 보고 조카사위도 보게 되었다

 

" 처이모님"

그리고 " 할머니" 

그리고 그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

이건 뭐지~ 마구마구 와 닿는 이 현실감은 뭐지~

정말로  나는 내 나이를 숫자에 불과한 인생으로  살고 있었나보다

몇년전 한국에 갔을때 얼굴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얼마전 첫 조카사위를 영상에서 만났을때 나는

나름 정중하게 "안녕하세요"를 하고 말았다

내가 쫌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존대를 안할 자리에도 존대를 하는 타입인 사람들이다

"며느님 오셨어요" 머 요딴거~

딱 내가 그랬다 "사위님 안녕하세요" ㅋㅋㅋ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싶다거나

나이보다 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 나이를 모르고 살았던것 같다

사회속에서 규정하는 나이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지

심지어는 취미활동은. 의상컨셉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볼일도. 이야기 나눌일도 드물다보니

내가 느끼는대로  살고 먹고 입고 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되는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고

매년 꿋꿋하게 숫자만을 더해가던  내 삶에

쐐기를 박는 "할머니" 란 호칭을

진실로 사랑해 볼일......은 아직 아니고

익숙해지게 노력해 볼일이다

근데 정말 적응이 안되네 >_<*